본보가 13일 국내 진출 일본 기업들의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1000원숍 ‘다이소’와 신발 전문점 ‘ABC마트’, 캐주얼 의류 전문점 ‘유니클로’는 한국 시장에서 최근 3년 새 매출이 3배 가량 증가했다. 3사 모두 ‘낮은 가격, 높은 품질’을 앞세워 불황기에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1년 국내 아성산업과 합작한 다이소아성산업은 2005년 80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300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목표는 3000억원이다. 현재 450개인 점포 수도 연말까지 550개로 늘릴 예정이다.
ABC마트는 2005년 매출 340억원에서 지난해 10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전년보다 43% 늘어난 1500억원을 예상한다. 매장도 20여개를 새로 낼 계획이다.
2005년 9월 한국에 진출한 유니클로는 첫 해 30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국내 판매권을 갖고 있는 에프알엘코리아측은 “현재 25개인 국내 유니클로 매장을 2012년 100개로 늘리고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일본 소매업 3사와 달리 PC 제조업 3사(소니, 도시바, 후지쓰)는 한국 시장에서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최고 성능, 최고급 디자인으로 노트북 트렌드를 이끌었으나 이후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어갔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PC 시장은 61.2%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점유했고 미국 업체(HP, 델)가 15.7%를 차지했다. 일본 3사의 점유율은 4.7%로 토종과 미국 업체에 턱 없이 못 미친다. 지난해 4분기 일본 업체들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00∼5000대씩 줄어드는 등 계속 감소세다.
최근 소니, 도시바, 후지쓰는 대만(아수스)과 중국(레노버) 업체에까지 쫓기는 신세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PC는 기능과 디자인은 국산과 미국 제품에, 가격 경쟁력은 대만산에 밀리면서 소비자들에게 전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본토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히타치 등 메이저 전자업체들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내며 고전 중인 반면, 유니클로와 ABC마트 등 중저가 소매혁신 기업들은 눈에 띄게 선전하고 있다. 특히 유니클로는 지난해 주가가 63%나 올라 최고경영자(CEO)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야마우치 히로시 닌텐도 회장을 제치고 일본 최고 부자로 올라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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