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우회 수출보다 내수 판매를 노려라. 연안 투자에서 내륙 투자로 이동하라. 도심 위주에서 농촌 공략으로 전환하라."
국내 기업에 요구되는 대(對)중국 전략 수정 방향이다. 전 세계적 불황에 따라 중국이 변하고 있다. 수출이 줄고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경제 구조를 기존 수출주도형에서 내수·민간소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불황 이후 'G2'(중국-미국 양강) 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체질 개선 작업이다. 최대 무역·투자대상국인 중국의 변화는 우리 기업에게도 새로운 도전 기회를 제공한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감소로 6.3%에 그쳐 10년 만에 가장 둔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4일 전했다. 하지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경기부양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미래가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도 지난 11일 "1분기 지표에서 중국 경제의 회복 신호가 보이고 있으며 경기부양책에 따라 더욱 호전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수출 지원책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수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0년 말까지 농촌지역 소비 진작을 위한 보조금 정책 등에 4조위안(776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민간소비 살리기에 주력하는 것은 당장의 위기 탈출 방편일 뿐 아니라 지속적 성장을 위한 장기 전략 수정이기도 하다. 중국 특유의 '고투자·수출지향형' 모델로는 투자의 효율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소득격차가 확대돼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2008∼2013년 사이 중국의 민간소비는 900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미국의 민간소비는 4000억달러도 증가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중국의 신규 수요가 세계 경제를 이끌 전망이다.
우리 기업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과 소비시장 가능성'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대형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거나 농촌의 내구 소비재(자동차, 에어컨, 컴퓨터 등)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촌 소비 진작책을 비롯한 중국의 재정지출 확대 상황을 충분히 활용하라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중장기 대응으로 "젊은 중산층의 부상, 인터넷 보급 증가와 같은 소비 패턴의 변화에 적응하고 투자도 우회수출 및 연안지역 중심에서 내수 및 내륙지역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생산비용이 오르고 있어 단순한 우회수출보다는 현지시장 판매로 투자 목적을 바꾸는 것이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
또 규모가 큰 도시보다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이 중요해지고 있다. 코트라도 지난 13일 보고서에서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1급 도시보다 2, 3선 도시를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선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시급하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한·중 FTA는 양국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도 한·미, 한·EU FTA 협상에 자극받아 우리와의 협상에 적극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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