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삼성전자가 1분기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증권가에선 3000억원대 적자를 예상했으나 24일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4700억원(연결기준)이라는 ‘어닝서프라이즈(깜짝 놀랄 만한 실적)’를 발표하며 국내 대표 기업으로서 저력을 과시했다.
휴대전화가 일등공신
삼성전자는 실적 개선 요인으로 전사적 비용 절감과 완제품(DMC) 부문의 선전을 꼽았다. 유리한 환율 조건도 한몫했지만 삼성측은 환율 효과가 시장에서 생각하는 만큼 크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상무)은 “1분기 환율 손익효과는 1200억∼1300억원 정도”라며 “(실적 개선에는) 비용 절감의 영향이 더 컸다”고 말했다. 1분기 본사 기준 판매관리비는 2조8300억원으로 전분기(4조4200억원)에 비해 36%나 감소했다. 특히 전분기 1조94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마케팅 비용이 1분기 6683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삼성전자가 가장 큰 이익을 낸 사업은 휴대전화였다. 휴대전화, 네트워크, 컴퓨터를 포함하는 정보통신사업은 9조7700억원 매출에 1조1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이 11%로 글로벌 휴대전화 업체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 이익률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4600만대의 휴대전화를 팔아 시장 점유율도 분기 최고인 18%대에 진입했다. 이로써 1위 노키아와의 격차도 좁혀졌다. 노키아는 1분기에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여 점유율이 40%대에서 37%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LCD 등 부품(DS) 부문은 침체가 지속됐다. 전분기 9300억원 영업손실에 이어 9800억원 적자다. 다만 어려움이 극심한 시황을 감안하면 선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 시장 전체가 10% 이상 축소된 와중에 삼성전자 매출은 5% 줄었다. 또 대형 LCD 패널 시장이 10% 감소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패널 판매량을 10% 이상 늘렸다.
“2분기 수요 회복은 시기상조”
삼성전자는 “1분기는 선방했지만 2분기를 낙관할 수는 없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이 상무는 2분기 전망에 대해 “경기 및 수요 회복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며 “불확실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메모리, LCD 업체들의 가동률이 증가하고 완제품 업체들의 가격 경쟁도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의 안개가 여전히 걷히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벌 업체 간 난타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최근 반도체와 LCD 시황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이 상무는 “바닥에 매우 가까이 온 것은 맞지만 회복 속도에 관해선 급속히 좋아질 것으로 보는 시장의 견해와 다르다”면서 “우리는 점차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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