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다니던 회사, 설마 했는데…” 고용지원센터에 가득찬 한숨소리

“10년 다니던 회사, 설마 했는데…” 고용지원센터에 가득찬 한숨소리

기사승인 2009-04-26 20: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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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지난 24일 서울 도화동 서울서부종합고용지원센터는 아침부터 붐볐다. 실업급여 신청을 막 마친 뒤 인터넷 검색대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는 김모(44)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이번이 마지막 실업급여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초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가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문을 닫았다"면서 "실업자가 됐다는 것도 믿기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취직을 못할 줄은 더 몰랐다"고 털어놨다.

월급이 끊기면서 집안은 쑥대밭이 됐다. 전업주부였던 아내는 학습지 교사로 나섰고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은 다니던 학원을 모두 그만뒀다. 김씨는 "젊은 사람도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마당에 누가 나를 찾겠느냐"면서도 "그래도 풍부한 경험이 있으니까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매일같이 인터넷을 뒤져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업자 수가 100만명에 바짝 다가서면서 노동부 산하 전국 각지의 고용지원센터 창구 앞의 장사진에는 비장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동안 일자리 감소는 청년, 임시·일용직, 여성 및 비정규직 등 근로취약계층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30∼40대 남성 취업자가 크게 감소해 실업 태풍의 영향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꺼리면서 3월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곱절이 넘는 8.8%에 달했다.

노동조합과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한 의미의 일자리 나누기를 포함한 연대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각 경제주체들은 고용조정의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에 더 익숙하다. 정부는 주로 양보교섭을 통한 일자리 유지나 창출과 인턴사원 채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소정 근로시간의 자발적 단축을 수반하지 않은 것이라서 "주로 임금삭감을 통해 근로자들의 희생을 부추기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동조합과 정규직은 고용조정의 부담을 은근히 비정규직에게 떠넘기고 있다. 대기업들도 굳이 나누려 하지 않는다. 최근 경총이 561개 회원기업을 대상으로 한 채용전망 조사결과 대기업들은 올해 정규직채용을 작년보다 34% 줄일 계획이며, 인턴채용을 포함해도 고용규모는 1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최재황 홍보대책본부장은 "기업들이 경기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턴사원 채용이나 일자리 나누기는 정부대책에 협력하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최영기 석좌연구위원은 "네덜란드는 여성고용률이 매우 낮고 고용경직성이 높았으나 1980년대이후 일련의 사회적 타협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안정, 그리고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고용창출에 큰 성과를 거뒀다"면서 "근로시간제도의 유연화가 일자리나누기의 핵심과제"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노동전문기자, 서윤경 조국현 기자
hnglim@kmib.co.kr

▶뭔데 그래◀ 김연아 연예인급 행보, 문제 없나

임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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