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이르면 내년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가 학교장의 재량으로 특정교과의 수업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게 된다. 또 학교장의 교원인사권이 확대되고, 자율학교도 10배 가량 늘어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시안)'을 30일 발표했다. 이 방안은 획일적인 공교육 제도의 틀을 바꾸고 학교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에서 입시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학교가 국·영·수 위주로만 학생을 가르치는 입시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획일화된 교육 탈피=학교자율화 추진 방안의 주요 내용은 연간 총 수업시수(時數)의 20% 범위에서 국민 공통 교과를 줄이거나 늘려 편성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학교의 교사초빙권을 20%까지 높이는 등 학교운영 관련 핵심 권한을 학교장에게 대폭 이양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이 산업화시대의 획일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학습 효율성도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총 수업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게 되면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의 수업시간을 한 학기에 지금보다 주당 1시간씩 줄이거나 늘리는 대신 다른 과목을 반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학교 특성에 따라 예체능 과목의 수업시수를 늘리는 등 다양한 수업 편성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국가가 교육과정 운영에서 개별 학교의 자율성을 일부 허용한 사례는 있었지만, 전국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수업 편성의 자율권을 준 것은 1954년 제1차 초중등 교육과정이 나온 이후 55년만에 처음이다.
추진방안은 또 그동안 교육감이 지정하는 학교에 한해 정원의 10%까지 허용되는 교사초빙권을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20%까지 확대했다. 농산어촌 지역에서 열정을 갖고 10년 가량 장기간 근무하는 교원을 선발할 수 있도록 지역·학교 단위의 교원임용제도 도입된다. 교과부는 이를 위해 산업이나 예·체능 전문가, 특정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등이 교사자격증을 취득하는 길도 마련할 계획이다.
교과부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사용 등에서 특례가 인정되는 자율학교를 현재 전체 초·중·고교의 2.5%(282개교)에서 내년까지 20%수준(2500여교)으로 늘리기로 했다. 자율학교는 교과별 수업시수의 35%를 증감 편성하고 정원의 50%까지 초빙교사를 임용할 수 있다.
◇학교의 입시기관화 우려=일각에선 이번 자율화 추진방안을 놓고 국영수 위주의 입시교육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각 학교가 재량으로 국민공통 교과를 20% 범위에서 증감 편성할 경우 국영수 등 주요 과목시간을 늘려달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커질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학교장도 올해부터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가 공개됨에 따라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에 해당되는 주요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과목에 학교 운영의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공통 교육과정을 2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게 하면 1주일에 최소 1시간 정도 국영수 수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엄민용 대변인은 "학교장의 학교운영 방침이 있겠지만 국내 현실에서 전인교육과 특별활동을 강화하기 보다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더욱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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