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중단 청소년, 대책이 없다

학업중단 청소년, 대책이 없다

기사승인 2009-05-04 17:19:01


[쿠키 사회] 전국의 초·중·고생 중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연 5만∼7만여명에 달한다. 경제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이 숫자는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정경제가 무너지면서 학교 다니는 것 조차 버거운 학생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5일 한국청소년상담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 학생 중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경우가 105명으로 2005년 31명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가장의 갑작스런 실직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학비와 급식비를 해결하지 못해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2007년도까지 학업중단자 통계만 작성하고 있을 뿐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했는지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돈없는데 어떻게 학교를…”=경기도 고양시에 살고 있는 민정(가명·16·여)이는 올해부터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상황에서 어머니마저 병을 얻어 도저히 등록금과 급식비를 감당할 여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단란했던 민정이 네는 집 주소도 없는 비닐하우스로 내몰린 상태다. 여기에 어머니마저 지난해 간경화 4기와 당뇨 판정을 받을 정도로 위독해 민정이가 없으면 간병할 사람도 없다. 민정이는 “매달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지원금 30만원으로는 어머니 병원비도 힘들다”면서 “주변에서 학교를 계속 다니라고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버는 방법 밖에 없다”고 울먹였다.

충북 증평군에서 각각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정민·지민 자매도 부모님이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지만 경기 악화로 지난해 12월 식당 문을 닫은 이후 형편이 극도로 악화됐다. 설상가상으로 가정불화까지 겹쳐 부모님은 별거상태에 들어가 학교다니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다행히 군청과 지역 복지단체의 도움으로 15만원의 학비를 지원받아 다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학교 가는 발걸음이 늘 무겁다.

교과부가 발간한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생 중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2005년 5만7148명이었으나 2006년 7만796명, 2007년 7만3494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고등학생(인문계+전문계) 중 경제적 형편 등 가사로 인해 학업을 중단했다고 밝힌 학생 숫자는 2005년 6775명에서 2006년 8057명, 2007년 1만200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특히 지난해 하반기 경제적 위기가 가중되면서 학업 중단 학생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번 그만 두면 돌아가기 어려워=정부는 지난 3일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을 위기 청소년의 하나로 간주하고 가출, 실종, 무연고 청소년 등과 한 데 묶어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학업을 중도 포기한 학생들이 이후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부의 대책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차명호 교수(평택대 교육대학원장)는 “학업을 중도 포기한 청소년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가 어렵고 범죄의 유혹으로 빠지기 쉽다”며 “학업을 그만두기 전에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학업을 중단할 만큼 위기에 몰려있는 학생들에게 거창한 미래의 꿈과 희망을 얘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사소하지만 학생들이 ‘지금 당장’ 흥미와 관심을 가질 만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에서 배양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비 지원 요청 주저 말아야”= 현재 각 시·도 교육청은 경제사정으로 학업유지가 어려운 학생들에 대해 학비와 학교운영지원비를 지급하고 있다. 각 시·도별로 차이점은 있지만 고교생의 경우 매분기 36만원 가량의 수업료와 7∼8만원의 학교운영지원비를 지급한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수업료는 지원하지 않고, 매 분기 6만원 가량의 학교운영지원비를 제공하고 있다. 대상은 기초수급대상자 및 차상위 저소득층 자녀다. 기초수급대상자는 소득이 최저생계비(4인가구 기준 약 132만원) 이하이며, 차상위 저소득층은 기초생활비 120% 이하를 의미한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지원받기 위해선 담임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증빙서류가 없지만 실제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 담임교사의 사실 확인서로 학비지원이 가능하다.

기업체 재단이나 지역 장학회 등도 경제적 빈곤으로 학업중단 위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을 돕는 곳이 적지 않다. 주요 재단은 대상문화재단, 조현정재단 등이 있으며, 광주시민장학회나 면산장학재단 등은 광주나 통영 등 해당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아울러 학업중단 위기에 놓였거나 이미 학교를 그만둔 학생의 경우 다양한 교육 기회를 주고, 복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대안학교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뭔데 그래◀ 도요토미 호위무사역 최홍만, 꼭 그래야 했나

전석운 기자
hirte@kmib.co.kr
전석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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