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된 화물연대 파업] 그들이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

[연례행사된 화물연대 파업] 그들이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

기사승인 2009-05-19 00:53:00


[쿠키 사회]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들에 대한 법제와 정책 상의 보호 조치를 강구해 왔지만, 번번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2006∼2007년 제도개선방안 연구에 참여했던 학자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문제는 비정규직이나 다른 어떤 난제보다 더 어려운 과제”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흔히 특수고용직으로 불리는 보험모집인, 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 화물차 운전사, 덤프운전사, 애니메이션 작가, 퀵서비스 등은 사용자적 측면과 노동자적 측면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도 대개 외주화처럼 노무관리와 인건비의 부담을 더는 방식의 하나로 지난 1990년대 이후 급속히 확산됐다.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개인사업주로서 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노동운동계는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운수노조 소속인 화물연대의 화물차주들은 건설노조의 레미콘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직접 고용이 일반적이었으나 지금은 차량 지입을 통해 개인사업자로 등록케 한 뒤 화물운송업체와 화물알선업자를 통해 물량을 받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지만, 근무방식은 직접 고용때와 거의 동일해 근로자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경우 노동자성 인정 이외에 사실상 중요한 것이 운반비 덤핑을 막아 적정 수입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차주가 받아야 할 운임 가운데 30∼40%가 대기업의 물류자회사, 화물알선업자, 운송업체 등에게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다단계 운송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종별 실태=문제는 각 업종마다 사정이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06년 10여명의 학자들을 동원해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레미콘기사, 보험설계사 및 학습지 교사에 대해 광범위한 현장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골프장 경기보조원과 레미콘기사는 시급히 노동자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특수형태근로 및 관련업종의 실태·쟁점·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회사(골프장)는 경기보조원이 신속한 경기운영 독려업무를 하는 지 여부를 감독하기 위한 감시체제와 징계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일반근로자와 다를 바 없는 지휘명령 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험모집인과 학습지교사 등은 업무처리의 자기결정권이 비교적 큰 편이라는 점에서 자영업주 성격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보험모집인들의 최우선적 민원사항도 노동자성 인정보다는 불합리한 수당체계의 개선과 과다한 자기계약이나 부당해촉과 같은 현실적이고 직접적 요구조건들이었다.

◇근로자성 인정 쉽지 않아=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18일 특수형태 근로자들은 각각 근로형태가 다르고 ‘근로자성’도 차이가 있는 만큼 이들을 한 묶음으로 규율할 법제도를 만드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골프장 캐디나 학습지 교사는 생산수단도 갖고 있지 않고 어떻게 보면 근로자와 크게 차이가 없지만 택배 운전사와 화물차주 등은 스스로 소규모 운송업을
하고 있다”며 “각 업종별로 개별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지만 지금 당장 추진 일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노동전문기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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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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