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일본 미쓰이화학은 지난 19일 LG화학을 상대로 5억원 규모의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 제품은 자동차용 범퍼를 제조할 때나 신발 밑창 등의 용도에 쓰이는 재료다. LG화학은 즉각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추가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미쓰이화학의 전략에 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화학 관계자는 20일 "후발 주자로 나선 우리를 견제하면서 영업 전선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3면
서울반도체는 3년 전 LED 세계 1위 기업인 일본 니치아화학의 특허 공세에 발목이 잡혀 주가가 곤두박칠쳤다. 지난해 12월 8800원까지 떨어졌던 이 회사 주식은 지난 2월 특허 분쟁이 종료되면서 상승하기 시작, 20일 3만2850원이 됐다. 특허 분쟁 때문에 지옥과 천당을 왔다갔다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 인터디지털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해 결국 1억3000만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했고, LG는 아예 소송을 포기하고 3억달러에 달하는 로열티 지급 계약을 맺었다. 국내외 기업들간 특허전쟁이 치열하다. 특히 경기 침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기업들마다 수익 모델 창출의 한 방편으로 특허 소송전을 마다하지 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기업 중 약 28%가 특허 소송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침해로 피해를 입었다. 특허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연간 지적재산권(지재권) 피해 규모는 전체 수출액의 6%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이 4224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지재권 피해액이 253억달러(약 31조9500억원)에 달한다. 국가간 자유무역 협정이 확대되면 이 같은 특허 분쟁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술로 먹고사는 전자업체의 경우 해외 기업들과의 특허전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5년 8건이었던 해외 특허 소송 피소 건수가 지난해 25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2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분야의 사업 영역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특허 분쟁이 가중되는데다 최근 경기 악화가 소송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특허 분쟁에 깊숙이 개입해 보상금을 타내는 '특허 사냥꾼'도 활개치고 있다. LG전자 특허센터장 이정환 부사장은 최근 "불황기에는 제품 제조나 판매는 하지 않고 특허 소송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까지 등장하면서 기업의 특허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허권 소유 자체가 로열티 등으로 꾸준한 수익 창구가 되면서 효자노릇을 하는데다 동종 업계에서도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허 등록이 많아질수록 경쟁사의 특허 침해 소송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 위험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드는 특허 소송 비용 때문에 쉽게 소송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들어 국내 기업에 대한 중국의 특허권 침해가 많아지면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허를 포함해 지적재산권 전반을 총괄하는 기구 설립과 특허 소송 기구 일원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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