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전에 아버지였던 문인들…계간 ‘대산문화’ 특별기획 ‘나의 아버지’

작가 이전에 아버지였던 문인들…계간 ‘대산문화’ 특별기획 ‘나의 아버지’

기사승인 2009-06-03 17:28:01
[쿠키 문화] 몰래 사교춤을 배우러 다니다가 자식들에게 들켜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던 김내성, 아들의 첫돌을 맞아 손수 천자문 책을 만든 박태원, 일곱 살 아들을 두고 눈을 감으며 아내에게 미안함을 전한 김환태….

기라성 같은 작가들도 결국은 작가 이전에 아버지였다. 계간 ‘대산문화’ 여름호(통권 32호)는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김내성, 김환태, 모윤숙, 박태원의 자녀들 원고를 받아 특별기획 ‘나의 아버지’를 꾸미고, 문인들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그려냈다.

소설가 박태원의 장남 일영(70)씨는 아버지가 만든 천자문 책을 거론하며 “이렇게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평생을 마치게 되리라는 걸 이미 그 때 아시어 그러한 정성을 쏟지 않으셨나 하는 생각도 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친의 함자 구보 박태원 앞에 간판처럼 나붙는 ‘월북작가’라는 소리,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며 “그의 문학작품이나 생애를 말할 때, 작가 박태원은 6·25 난리 중 북으로 가서 북에서도 활발한 작품활동을 계속한 작가라고 하면 어떨까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추리 소설가 김내성의 셋째 아들인 세헌(59·KAIST 교수)씨는 아버지의 생애를 ‘웅대하고 치밀한 추리소설, 비논리적이고 어눌한 삶’으로 정리했다. 그는 또 “아버지의 초창기 단편추리소설들이야말로 아버지의 수많은 작품들 중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주옥들”이라며 후반기 작품에만 집중된 관심을 아쉬워했다.

평론가 김환태의 장남 영진(72)씨는 일곱 살 때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그래서 그는 “내 기억 속에서 보다는 남겨진 몇 편의 수필에서, 특히 한때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내 소년시절과 소’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찾곤 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시인 모윤숙의 장녀 안경선(73)씨는 어머니의 생애를 “특유의 정열적이고 개척자적인 인생을 만들어 나가며 ‘나는 인간으로 살고 싶고, 한국적인 인간이되 세계 속에 사는 자연인으로 살다 죽는 것이 소원이다’라는 바람을 혼신의 힘으로 실현하셨다”고 평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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