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신이 내린 직장’ ‘철밥통’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공기업은 이제 옛말이다. 공기업 선진화를 핵심 정책과제로 내세운 현 정부 방침과 더불어 작금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경영 쇄신을 강조하며 공기업들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변화의 바다’ 한 가운데 뛰어든 공기업들의 치열한 경영혁신 현장을 시리즈로 점검해 본다.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동서남북으로 26개 노선 3364㎞가 깔린 고속도로(민자도로 제외)는 하루 평균 330만대가 이용하는 대한민국의 ‘혈관’이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의 신설·확장 및 운영·관리를 책임지는 대표적인 공기업이다. 도공은 이미 내부 조직개편과 함께 녹색성장사업 등을 통한 경영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살빼기로 내부조직 슬림화=도공은 지난 4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정원의 11.1%(507명)를 줄이고 7개 지사를 없앴다. 본사 조직도 30처 74개 팀에서 24처 63개 팀으로 슬림화했다. 영업소의 정규 관리인력을 영업소당 3.6명에서 2.0명으로 축소하는 한편 비핵심 업무인 영업소 운영과 유지보수, 안전순찰 업무는 민간위탁사업으로 돌렸다. 앞서 도공은 국내 기업 최초로 투명성 강화 프로그램을 개발·운용하는 한편 고질적 관행 근절을 위한 ‘클린-7운동’을 전개하면서 투명·윤리 경영 혁신을 표방하고 있다.
경영쇄신 의지와 고통분담을 위한 경영진의 노력도 가시적이다. 올 초 사장을 비롯한 간부 직원들은 일정부분 급여를 반납했다. 임원의 경우 연봉의 10%, 부서장 및 팀장은 3∼5%까지 십시일반 급여를 내놨다. 도공 관계자는 “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려운 소외 이웃들을 돕기 위한 활동”이라며 “모아진 금액은 향후 지역소외계층 지원과 일자리 나누기 사업에 전액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마리 토끼 잡는다=공기업이 사기업과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경영의 효율성 뿐만 아니라 공익성을 함께 추구한다는 점이다.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등을 통한 업무효율성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 등과 같은 공익성을 겸비한 책임과 역할도 뒤따른다.
도공은 최근 고속도로 투자 확대 및 공사 조기 집행을 통해 효율성과 공익성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도공은 예정된 경부선과 영동선, 남해선 등의 도로확장 및 신설 공사를 4개월에서 최대 28개월까지 앞당길 계획이다. 이를 통해 총 7769억원의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약 5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공익성 측면에서는 고객 서비스를 대폭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통합콜센터(1588-2505)’를 설치·운영하면서 고속도로와 관련된 모든 정보 문의와 민원 안내를 담당하고 있다. 도공 관계자는 또 “서민생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행료 할인을 확대해 나가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약국과 종합안내소 등의 입점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탄소를 잡아라=도공의 경영혁신과제 가운데 떠오르는 키워드는 ‘저탄소’다. 도공이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사업’은 차량 통행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의 저감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지능형 도로교통체계(ITS)’를 갖춘 ‘스마트 하이웨이(SH·Smart Highway)’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ITS는 도로에 설치된 CCTV와 교통량 , 속도인식장치 등 장비를 이용해 운전자들에게 실시간 교통정보를 수집·제공하는 시스템이다. ITS가 갖춰진 도로가 이른바 스마트 하이웨이인데, 차량운행 속도를 향상시켜 탄소배출 감소와 도로 및 차량의 안전관리를 효율적으로 돕는 ‘꿈의 고속도로’로 불린다.
도공의 분석에 따르면 이 시스템만으로 연간 10만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으며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시점인 2017년에는 교통혼잡비 10%, 교통사고비용 10%, 건설공사비 5∼10%를 각각 절약할 수 있다. 도공은 이들 시스템의 조기 정착을 위해 현재 622개 차로에서 운영 중인 하이패스를 2012년까지 224개 차로에 추가, 현재 36%인 하이패스 이용률을 7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200만대인 하이패스 단말기도 520만대까지 보급을 늘리기로 했다. 도공은 이와 함께 2012년까지 CO₂의 주요 흡수원인 수목 1000만 그루를 심는 ‘로화수(路花樹) 1000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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