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쇄신 요구에 쐐기를 박고 나선 것은 조문 정국과 한나라당 안팎의 쇄신 요구에 밀려서는 개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칫 이 시점에 개각 및 청와대 개편 요구를 수용했다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에 관한 정부 책임론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밀려서 개각하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국정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당초 6월말∼7월초로 예상됐던 개각과 청와대 개편은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반면 청와대와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쇄신파 간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3일 수석비서관회의는 오전 8시30분부터 11시까지 진행됐다. 평소보다 30여분 정도 길었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을 것”이라는 등의 인적쇄신 관련한 얘기는 회의를 정리하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정치적 이벤트’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국면전환용 개각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토로했다고 한다. 대신, 정부가 정책과 일에 따라 국민의 심판을 받는 책임정치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경제 살리기와 북핵 위기 극복을 위한 단합을 호소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수석비서관회의 분위기를 소개하며 “이번에는 개각의 ‘개’자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인사란 수요가 생길 때 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면서 “만약 김경한 법무부 장관 교체 등 개각 요인이 발생한다면 그 자리만 메우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임채진 검찰총장의 사퇴를 만류한 것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여론에 밀리지 않고 검찰 책임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 총수로서 인간적 고뇌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공인에게는 사(私)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수사는 여론이 아니라 법의 잣대로 하는 것”이라며 “더욱이 공직 부패나 권력형 비리 척결 노력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했다. “대통령도 법 아래 있다. 본(本)과 말(末)을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인적쇄신 거부 입장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칫 쇄신파가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 경우 여권이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는 쇄신파에 대한 설득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 대통령이 이제부터는 국민을 찍어누르겠다고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누가 국면전환용 개각을 하라고 그랬느냐”며 “국민들은 청와대가 최근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인데, 국민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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