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를 손바닥 보듯 훤히 알고 있는 현대건설 사장 출신 대통령이 한 말인 데다 최근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와 맞물리면서 분양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16일 “건설사들이 똑같은 아파트인 데도 불구하고 고급 마감재를 넣어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분양가를 높이는 경우는 다반사”라며 “건설사들의 비뚤어진 관행을 정부도 묵인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주장은 다르다. 이 대통령이 업계의 현실을 잘 모르고 꺼낸 얘기라는 것.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과거에 집값이 오르는 국면에서는 분양가를 올리는 일이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지역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고 주택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고급 자재를 써서 분양가를 높인다는 건 현실과 맞지 않는 상황 인식”이라고 말했다. 또 내부 인테리어 등 설비 비용이 실제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야 15% 안팎이기 때문에 내장재가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정부 역시 분양가와 관련된 정책카드를 꺼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15만2000여가구에 달하는 데다 각종 규제와 그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큰 틀에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업체들로서는 분양가를 인상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태호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관은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좋은 마감재를 써가며 분양가를 높이려는 업체가 과연 얼마나 있겠냐”면서 “정책적으로도 손 쓸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공공택지 공급물량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15% 정도 낮은 보금자리 주택 등의 보급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분양가가 높아질 소지가 있을 경우에는 추후 상황에 따른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한만희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금까지는 건설사들이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아파트 내장제 위주로 경쟁이 치열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살기 좋은 아파트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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