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의장성명의 외형상으론 균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ARF가 북한을 규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크게 어긋난 결과를 초래했다. 개각을 앞두고 유임설이 나돌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의장성명에서 한반도 관련 조항은 7항과 8항이다. 7항은 한·미의 의견을, 8항은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담고 있다.
7항은 “일부 국가들은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했다. 그들은 최근 북한의 행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므로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들은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포함한 모든 관련 당사국들의 대화와 협력을 지지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8항은 정제되지 않은 북한의 주장이 여과없이 실려있다. 8항은 “북한은 미국의 사주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부정하고 전면적으로 거부했다. 북한은 회의에서 현재 악화되는 한반도의 상황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산물이라고 밝혔고 6자회담은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고 적시했다.
특히 의장성명이 발표되기 전, 유 장관이 브리핑을 갖고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나 외교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이 (의장성명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의장국인 태국에 전달했고 이는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유 장관이 의장성명을 소홀히 여겨 내용을 전혀 몰랐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는 “의장성명은 큰 의미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외교 당국자는 24일 “의장성명의 작성은 의장국의 고유 권한이고 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관례”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의장국인 태국에 책임을 돌리는 기류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싱가포르 ARF 때에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과 10·4 남북정상선언 이행 문제의 의장성명 포함 여부를 놓고 외교 논란이 빚어진 바 있어 정부의 아세안 외교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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