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미디어법 정국에서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인 대중적 지지가 흔들리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여당 단독 강행처리에 급제동을 걸었다가, 이른바 ‘박근혜 절충안’이 채택된 뒤 직권상정을 묵인한 것을 두고 박 전 대표의 미니홈피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에 달하는 비판글이 올라오고 있다. 보수진영은 박 전 대표가 미디어법을 ‘누더기법’으로 만든 장본이이라고, 진보진영은 박 전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를 강하게 비난한다.
탄탄가도를 달리던 대권가도에 1차 시련이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박 전 대표가 고수한 원칙론이 이번에는 무너진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박 전 대표의 의사소통 부족을 문제삼기도 한다. 한 친박 중진의원은 27일 “정기적으로 중진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 전초전으로 여겨졌던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지원한 후보가 탈락하는 쓴맛을 봤다. 이후 이재오계 의원들이 주도한 9월 조기 전대론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은평지역 10월 재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조기 전대를 통한 이 전 의원의 정계복귀 계획이 암초를 만난 것이다. 특히 이번 경선에서 친이계 일부가 이재오계 의원들과 다른 입장을 취해, 친이계의 좌장인 이 전 의원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의원의 향후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의원측은 조기 전대론에 다시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법 후폭풍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돌파구는 여권의 쇄신, 즉 지도부의 얼굴을 교체하는 것 밖에 없다는 논리를 강하게 밀어붙일 기세다. 내년으로 조기 전대를 미루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분열상만 보여, 선거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친박계 내부 불만을 억제하는 선에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친박 내부에선 박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나서는 시기는 일러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한 시점이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