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멸치잡이가 한창인 경남 통영 비진도 앞바다. 2시간째 조업하며 끌어올린 그물에는 해파리만 가득하다.
해파리떼의 공격에 남해안의 멸치 어획량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70%나 줄었다. 멸치잡이 어민 이기형(56)씨는 “해파리 때문에 조업시간이 배로 늘어났다”고 푸념했다.
최근 경남 남해안 일대에 유해성 해파리가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증식하면서 수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특히 국내 마른멸치 생산량의 50%가량을 공급하는 통영 기선권현망수협은 연근해에 대량 출몰한 해파리떼로 심각한 조업부진을 겪고 있다.
기선권현망수협 소속 멸치잡이 배들이 4∼5척씩 선단을 이뤄 끌어올린 그물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만 가득하다. 해파리는 수십㎝에서 1m가 넘는 것까지 크기가 다양했다.
보통 때 같으면 그물 속에서 싱싱하게 퍼득거리던 멸치떼도 해파리의 독성으로 죽은 것투성이다. 10여 차례의 뜰채질 끝에 그물에서 해파리를 1차로 걸러냈지만 그후에도 해파리를 골라내는 과정은 계속됐다.
멸치의 상품성은 싱싱한 상태에서 얼마나 빨리 가공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이처럼 해파리를 분리하는 과정이 길어지다보니 상품성도 떨어진다. 삶은 멸치를 건조시킬 때에도 멸치 몸뚱이에 붙어있는 해파리 잔해 때문에 서로 엉겨붙어버리곤 한다.
기선권현망수협 상무 장희래씨는 “어획량도 형편없는데 분류작업 반복으로 멸치의 질이 떨어지다 보니 인건비, 기름값조차 안나온다”며 “적조피해와 마찬가지로 이젠 해파리 피해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영=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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