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서울 목 1동 7단지 인근의 A공인중개사 사무실. 1∼2주 전부터 전화벨 소리는 잦아지는데 내방객은 부쩍 줄었다. 25일 저녁 사무실에서 만난 사장 이모씨는 "문의는 꾸준히 있는데 매물은 중대형(115㎡급) 한두 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매도자가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호가만 있고 거래는 뜸해진 상태다.
가을철 부동산 시장 성수기를 앞두고 올해 상반기 수도권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과 목동 등 '버블 세븐' 지역은 겉으로는 조용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잇따른 정부의 부동산 안정 정책에 따른 영향 탓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이틀 동안 둘러본 부동산 시장은 분위기를 관망하며 거래 호기를 기다리는 '작전타임'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주택 거래자나 중개인들은 정부가 곶감 빼내듯 하나 둘씩 꺼내는 부동산 안정 대책에는 신경을 꺼 놓은 분위기였다.
특히 목동 일부 지역에서는 서울시의회가 지난 6월에 이어 아파트 재건축 허용 연한을 최대 12년까지 완화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투자 심리가 파다하게 퍼진 상황이었다. 이 지역 S부동산 사장 임모씨는 "7단지 아파트가 지어진 지 이제 20년이 됐는데, 지금 40년으로 돼 있는 재건축 연한이 30년으로 앞당겨진다고 하면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자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 선거주자들 사이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민심을 얻으려고 재건축 단계별 추진위원회니 뭐니 만든다고 하니까 주민들 기대심리가 높아지는 중"이라고 거들었다.
현지 부동산업소에 따르면 목1동 66㎡형의 경우 2개월 전쯤 4억원대 후반에 매매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5억∼5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저층인 경우 전용면적이 더 넓기 때문에 6억∼6억50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서민들의 전세난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치솟는 전세가격을 감당하기가 부담스러운 기존 세입자들이 평수를 줄이거나 일부는 집주인의 요구로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서울 둔촌동 T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들어 전세거래의 경우, 보통 10건 가운데 1∼2건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화정지구도 전세 물건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 지역 K부동산 이모 사장은 "전세를 찾는 사람이 있지만 물건은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좋은 학군을 끼고 있는 목동은 더 심하다. 집주인이 전세를 '보증부 월세'를 돌리더라도 세입자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보증부 월세'로 바꿀 수 밖에 현실이다. 목동 신시가지 5단지 99㎡의 경우, 전세 가격은 2억5000만원선이며, 보증부 월세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30만∼140만원 정도다. 전세 물량이 부족한 잠실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중개업소에서 미리 대기번호표를 받아 물건이 나오는대로 계약하는 '전세 대기표'까지 등장했다.
시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잇따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컸다. 개포동의 한 부동산업소 사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다음에 꺼내는 뒷북 대책"이라며 "웬만한 정책으로 집값을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김현길 기자, 남미래 대학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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