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핀란드를 출발, 알제리항으로 향하던 러시아 화물선 ‘북극해(Artic Sea)’가 7월 말 포르투갈 인근 해상에서 실종돼 수주째 행방이 묘연하자 억측이 난무했다.
피랍설, 상업적 이해갈등설, 선박내 세력투쟁설 등 온갖 루머가 나돌았고, 목재가 아닌 마약 같은 고가 혹은 위험한 화물을 실은 배였을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왔다.
실종 미스터리는 3주만인 지난달 18일, 북극해가 선원 15명 전원과 함께 서아프리카 케이프베르데 섬 주변 해상에서 러시아 해군에 의해 발견되면서 종식되는 듯 했다.
함께 승선했던 납치범들은 유괴 및 해적행위 혐의로 기소됐다.
해군에 의해 총알 한 방 쓰지 않고 해적을 무력화시킨 성공적인 구조작업이었다.
이런 러시아 정부의 공식 발표와 달리,
실상은 북극해가 중동으로 미사일을 싣고 가는 배였으며, 이스라엘
당국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주장자도 이 분야 권위자다.
유럽연합 내 해적 문제 전문가(전 에스토니아 해군 중령) 애드머를 타르모 쿠츠는 31일 미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정황 증거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쿠츠는 자신의 수년간의 항해 경험을 강조하면서 “미사일 선적이 아니고서는 러시아 정부가 보인 괴상한 행태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정황 증거는 이렇다.
우선 해적들이 다른 수많은 고가 화물을 실은 화물선을 놔두고, 겨우 200만달러어치 목재를 선적한 북극해를 겨냥했다는 점이 일반적인 해적 스토리치와 판이하게 다르다.
또 선박이 곤경에 처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고,
러시아가 실종 후 해군 수색대를 보내는데 미적거렸고,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총리가 선박이 구조된 다음 날 러시아를 깜짝 방문했던 점 등이 의아스럽다.
해적 중 한 명의 형이 지난달 24일 에스토니아TV에서 “내 동생과 다른 해적들은 (각본에) 짜맞춰진 것이다. 그들은 일자리를 구하러 갔다가 정치적 갈등에 휩쓸렸다.
정치 게임의 인질이 돼 버렸다”고 밝힌 점도 의문을 증폭시킨다.
구조작업 과정도 의혹투성이라고 쿠츠는 말했다.
아나톨리 세르디우코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급파한 구축함이나 잠수함 같은 배도 실종 화물선 수색에는 적합하지 않은 장비라는 것.
선원과 해적 등 19명을 러시아로 이송하기 위해 두 대의 거대한 군용 화물기를 보낸 것,
귀환 후 선원들을 해적과 함께 수일간 구금시키고 가족과 언론의 접근을 통제한 것도 수상한 점으로 지적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파견 드미트리 라고진 러시아 대사는 쿠츠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제발 그 입 좀 다물라”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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