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서 4년째 공동작업장에 출근하는 100세의 ‘철녀’ 할머니가 있어 실버세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주인공은 모현동에 사는 김일순(호적상 1910년 3월생) 할머니.
김 할머니는 매일 오전 9시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 익산시니어클럽이 보내준 버스를 이용해 15㎞쯤 떨어진 팔봉동 공동작업장으로 향한다. 이 곳은 2006년 익산시가 3억원을 들여 전국 처음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장’. 익산시내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 50여명이 포장상자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72세.
최연장자여서 ‘왕 언니’로 통하는 그는 포장지를 접는 일을 맡아 한다. 백발에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지만 손놀림만큼은 아들 딸뻘인 70∼80대 노인 못지않다.
옆에서 “언니∼” 하면서 말을 걸어오면 “왜 그래” 하며 편안하게 받아주다가도 게으름을 피우는 후배들에게는 “일하지 않고 뭐해”하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
늘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한다는 김 할머니는 일 욕심이 많은 ‘억척배기’다. 요즘도 하루에 커피를 2∼3잔씩 마시고 있고 TV에 나오는 건강 프로그램을 따라 곧잘 춤을 추기도 한다.
다른 노인들이 대부분 하루 4시간, 주 4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지만 김 할머니는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해서 버는 돈은 한 달에 30만원가량.
“수다를 떨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기뻐. 그러나 증손자들에게 용돈을 주는 것도 정말 즐겁지.”
김 할머니는 “나이를 먹을수록 몸을 자주 움직여줘야 한다”며 “힘이 닿을 때까지 일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익산=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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