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선거관리위원회는 92% 개표 결과 현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 후보가 54.1%를 득표, 그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했지만 미국이 재검표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아프간 선거 정국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유엔 대선감시위원회는 “분명한 선거부정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며 “일부 투표소에서는 카르자이 후보가 100% 득표를 한 곳도 있었다”고 밝혔다. 재검표를 할 경우 카르자이 후보의 득표율이 상당히 내려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대선 결과 발표도 변화가 불가피해보인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왔던 득표율 2위 압둘라 알둘라 전 외무장관은 재검표 명령을 반기며, “선거 결과 공식 발표는 재검표가 끝난 후로 연기해야 한다. 결과는 뒤집힐 수 있을 것”이라고 카르자이 측을 압박했다. 선관위가 밝힌 압둘라 후보 득표율은 28.3%이다.
유혈이 낭자했지만 대선 투표를 무사히 넘겨 한숨 돌렸던 미국과 영국 등 다국적군은 재검표 변수 돌출로 아프간 전쟁 수행에 부담을 안게 됐다. 가뜩이나 철군 압력이 국내에서 높아지고 있어 선거로 탄생한 정부의 신뢰성에 흠집이 생기면 개입 명분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미국도 합법적 선거를 강조했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는 아주 중요하다”며 “합법적인 선거 절차는 향후 우리가 맺을 차기 아프간 정부와의 파트너십에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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