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방경찰청은 24일 “장갑 문양을 지문처럼 데이터베이스(DB)화함으로써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장갑흔을 수사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경찰은 지문 외에 신발 족적을 DB화해서 수사에 이용해 왔지만 장갑 문양을 자료로 구축한 것은 충남 경찰이 처음이다.
충남 경찰은 지난 5월부터 전국의 장갑 생산 공장에서 50종 300여점의 목장갑, 고무장갑, 산업용 장갑 등을 수집해 이를 가변광원 장비와 실체 현미경 등 최첨단 장비를 이용, 각각의 장갑 접촉면의 고유 형태 등을 분류했다. 충남 경찰은 이 DB를 경찰 내부망인 과학수사포털시스템(SCAS)에 등록, 전국의 경찰청과 일선 경찰서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장갑흔을 이용한 수사는 실제로도 성과도 거뒀다. 7월 21일 충남 아산시 신창면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한 기름 묻은 목장갑 흔적이 특정 업체의 것이라는 사실을 장갑문양 DB로 확인했다. 이어 현장 주변에서 이같은 목장갑을 파는 곳과 생산 공장을 대상으로 탐문을 벌여 용의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장갑 문양의 형태가 흡사한 경우가 많아 감식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제 장갑문양 DB로 장갑흔을 특정할 수 있게 됐다”면서 “족적 관리시스템은 신발 무늬를 별이나 다이아몬드, 선 모양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앞으로 장갑도 원형, 선, 나선, 벌집 모양 등 무늬별로 분류해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장갑흔으로 장갑의 종류를 특정할 수 있게 되면 이 장갑이 몇 켤레나 생산됐고 어디서, 어떻게 판매됐는지 알 수 있게 된다”면서 “사건의 조기 해결과 과학수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