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팝니다” 공장경매건수 3600건…1조 넘어

“공장팝니다” 공장경매건수 3600건…1조 넘어

기사승인 2009-09-28 17:54:03
[쿠키 경제] LCD 공정장비 제조업체인 K사는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의 공장을 경매로 팔아넘겼다. 토지 3만1685㎡, 건물9340㎡에 달하는 공장의 감정가는 168억원. 한 차례 유찰된 뒤 140억원에 넘어갔다.

1999년 설립된 K사는 지난 10년 동안 승승장구해온 알짜 기업이었다. 잇따른 신기술 개발과 함께 20여건의 특허 출원을 냈는가 하면 두 차례 공장을 확장하는 등 기업 입지를 다져갔다. ‘한국 50대 고속성장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정부와 경제단체로부터 우수기업 표창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 불어닥친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면서 “금융회사들이 중소업체들의 대출을 옥죄는 바람에 자금난을 겪다가 결국 공장 한 곳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K사처럼 미국발 금융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공장이 통째로 넘어간 기업들이 많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 관계자는 28일 “올 들어 공장이 경매로 넘어간 건수가 3600여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경매 낙찰가만 1조10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2693건, 9259억원)보다 각각 900여건, 1900억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내수와 투자가 줄고 금융회사의 대출마저 까다로워지자 돈줄이 막힌 중소 업체들이 ‘피 같은’ 공장을 경매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올해는 굵직 굵직한 대형 공장의 경매가 눈에 띈다. 다음달 1일 부산지방법원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Y조선소 감정가는 무려 290억6700만원이다. 올해 공장경매 시장에 등장한 물건 가운데 최고가다. 공장 부지와 건물, 선박관련 기계 등 일체가 경매 물건에 포함됐다. Y조선소 지난해 9월 채권은행이 대출금 130억원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경매로 넘어갔다. 지난달 27일 열린 첫 경매에서 유찰돼 최저가 232억5300만원에 2차 경매가 진행되는데, 높은 가격 때문에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7월 말에는 주방 및 거실 붙박이가구 제조업체인 D기업의 인천 남동공단 공장이 127억500만원에 팔렸다. 중소 제조업체들의 돈줄이 꽁꽁 묶였던 지난 1월 경매가 신청됐는데, 공장 및 부지와 설비기계 65점이 함께 시장에 나왔다.

최근 들어 공장 경매시장에서도 경기 회복세가 어느 정도 감지되고 있다. 경매진행 건수를 보면 지난 6월 444건으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경매 낙찰가율의 경우 1월 55.7%였다가 5월 62.6%, 9월 24일 현재 71.1%로 상승 기조가 뚜렸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은 조금 다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낙찰가율이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공장의 경우 금융회사의 대출액이 많고 채무 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채무해소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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