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거대한 크레인이 동상을 눕힌다. 동상은 한밤 중에 특수 트레일러에 실려 일반국도 2개 차로를 점거한 채 경기도 이천에서 서울로 옮겨진다. 4시간을 달려 도착하는 곳은 세종로 광화문광장이다.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 세종대왕 동상 호송작업이 5일 밤 12시부터 6일 오전 4시까지 벌어진다.
서울시는 오는 9일 한글날에 맞춰 광화문광장에서 공개되는 세종대왕 동상을 심야시간대에 운반한다고 4일 밝혔다.
세종대왕 동상은 무게 20t, 높이 6.2m, 폭이 4.3m에 달해 어떻게 운반될 지 관심을 모았다. 이천시 설성면의 작업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운반거리만 110㎞다. 시는 무진동 특수 자동차인 ‘로우베드 트레일러(low-bed trailer)’를 동원하기로 했다. 주로 선박 화물을 실어나르는 운반용 자동차로 무게는 17t, 길이는 16.7m에 이른다.
높이 6.2m인 동상은 에어부직포로 감싸져 눕힌 상태에서 트레일러에 옮겨진다. 운반시 교통표지판, 육교, 전선 등과 부딪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폭이 4.3m인 만큼 고속도로 톨게이트 통과가 어렵다. 이에 따라 시는 운반 노선을 고속도로 대신 일반국도로 택했다. 구체적인 경로는 이천(3번 국도)→광주(3번 국도)→하남(43번 국도)→미사리→올림픽대로→올림픽대교→강변북로→한강로→세종로다.
운반 시간대도 서울 도심권 화물·특수자동차 통행제한 시간(오전 7시∼오후 10시)을 준수하기 위해 추석 연휴 다음날인 5일 밤 12시부터 6일 오전 4시로 정해졌다.
동상이 광화문광장에 도착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 뒤편으로 21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미리 설치된 4.2m 높이의 기단 위에 제자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270t의 초대형 크레인 2대가 동원된다. 크레인이 동상을 들어올린 뒤 기단을 향해 서서히 회전하는 진풍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안치작업이 끝난 세종대왕 동상은 9일 오전 9시 일반에 공개되기 전까지 하얀 천으로 덮여진다.
시 관계자는 “동상을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운반 동안 호위 차량을 트레일러 앞 뒤에 배치할 것”이라며 “만약을 대비해 운반업체로 하여금 20억원 상당의 대물배상 보험에도 가입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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