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는 대상, 지금은 퇴출’…김제동 교체 사유도 ‘자가당착’

‘3년 전에는 대상, 지금은 퇴출’…김제동 교체 사유도 ‘자가당착’

기사승인 2009-10-12 17:11:00

[쿠키 연예] 방송인 김제동의 KBS ‘스타골든벨’ 하차 논란이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슈가 되는 등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김제동 측은 정치적 외압설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사전 상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서운한 속내를 비추고 있다. 반면 KBS는 가을 개편에 따른 교체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년 전에는 대상 주더니=보통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 교체는 지상파와 케이블 할 것 없이 사전에 제작진과 충분히 상의를 거친다. 자칫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불필요한 감정 싸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MC 교체는 더욱 신중한 편이다. 시청률 부진으로 인한 교체라고 하더라도 다른 프로그램에서 재회할 것을 감안해 예의를 갖춘다. 소위 ‘특급 MC’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김제동 측은 “12일이 마지막 녹화라는 통보를 9일 밤에 받았다”고 밝혔다. 무려 4년여 진행한 프로그램의 MC가 사전 상의도 없이 사흘 전에 교체 통보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외압설을 차치하더라도 방송계 관행상 문제가 될 수 있다.

김제동은 ‘스타골든벨’을 제외하더라도
KBS에 대한 기여도가 높았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보조 MC로 데뷔한 이후 신동엽과 이효리가 물러나는 바람에 위기를 맞은 ‘해피투게더’를 유재석과 함께 진행했고, ‘해피선데이-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공익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호평을 받았다. KBS가 2006년에 그에게‘연예대상’을 수여한 것도 이 같은 김제동의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KBS가 12일 “(김제동의) 교체 통보가 늦은 것은 지난 1일 내부 인사로 프로그램 PD들이 바뀌는 과정에서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자사 출신이나 다름 없는 스타 MC 대접에 소홀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교체 사유도 자가당착?=KBS는 김제동 교체 사유에 대해서는 “‘스타골든벨’을 2005년 11월 5일부터 4년 정도 오래 진행해 교체를 결정했다”며 “봄, 가을 개편에 프로그램을 폐지 또는 신설하거나 MC를 교체하는 것은 새로운 분위기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동일한 잣대로 비교할 순 없지만 오래 진행한 것으로만 따지면 ‘전국노래자랑’의 송해는 MC로 30년가량을 이어왔다. ‘가족오락관’의 허참은 폐지되기 전까지 26년을 진행했다. ‘스타골든벨’은 ‘전국노래자랑’이나 ’가족오락관’ 못지 않은 김제동 1인 MC 체제로 이뤄진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분위기가 필요한 것으로 따지면 ‘스타골든벨’ 말고도 정형화된 내부 구조가 일상화된 예능 프로그램은 숱하게 많다. 탁재훈과 신정환이 ‘터줏 대감’을 자처하고 있는 ‘상상플러스’는 식상하다는 평가가 나온 지 이미 오래다. 신정환은 녹화 중 욕설을 하고도 살아남았다.

‘미녀들의 수다’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는 진행 방식과 계단식 자리 배치로 시청자게시판에서 지겹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피투게더’의 4인 MC 체제도 유재석을 제외하면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새 분위기가 필요한 예능 프로그램은 ‘스타골든벨’ 하나가 아닌 셈이다.

차라리 KBS는 김제동의 교체 사유로 ‘스타골든벨’의 부진한 시청률을 언급하는 게 논리적일 수 있다. 실제 ‘스타골든벨’은 최근 8∼10%의 시청률로 정체 현상을 빚고 있었다. 정작 설득력 있는 사유는 제시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가을 개편만 앞세우는 바람에 정치적 외압설 의혹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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