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장애인 아버지 희귀병 딸에게 간이식

40대 장애인 아버지 희귀병 딸에게 간이식

기사승인 2009-11-09 20:18:00

[쿠키 사회]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40대 장애인 아버지가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딸에게 간을 이식해 생명을 구했다.

9일 순천향대부천병원에 따르면 '카롤리병'으로 불리는 희귀질환으로 병세가 악화된 보람(16·부천 원미구)양이 아버지 이병홍(43·무직)씨의 간을 이식받아 살아났다.

이 양은 지난 9월 극심한 복통과 메스꺼움이 두 달 이상 계속되자 병원을 방문했고, 검진결과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양은 이미 2002년에도 같은 질환으로 한 차례 수술을 받은 데다 간이식을 해줄 사람을 찾는 일부터 간이식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인 부담까지 어려움이 계속됐다. 이에 이 양의 아버지는 자신의 간을 딸에게 나눠줄 수 있는지를 의료진에게 타진했고 지난달 20여일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이 병원 간이식팀(외과 김형철, 주종우, 정준철, 이경근 교수)은 이식 수술을 통해 보람이 아버지의 전체 간 중 70%가량을 이 양에게 이식했다.

이씨 역시 관절이 좋지 않아 인공관절수술을 받고 지체장애 5급을 받은 상황이었으나 간이식만이 딸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말에 이식을 결심한 것이다.

카롤리병은 선천적으로 간에서 분비되는 쓸개즙의 이동통로에 주머니 모양의 낭이 형성돼 생기는 질환으로 여성에게 4배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학계에 알려져 있다. 황달, 복부통증, 복부염증 등을 일으키는 병으로 경우에 따라 담도암으로 진행돼 심한 경우 간을 부분적으로 절제하거나 간이식을 해야 한다. 장기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대형병원에서조차 관련 질환으로 간이식을 받은 환자사례가 2~3건 정도만 보고돼 있을 정도로 희귀한 질환이다.

이양의 수술비용 2000만원과 기증자인 이씨의 수술비용 680만원은 의료비 지원이 안돼 친가와 외가에서 비용을 지원해 어렵게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치의 주종우 교수는 “질환 자체가 희귀한 경우이기도 했지만 보람이와 같이 회복속도가 빠른 경우 역시 드물다”며 “희귀질환이지만 간이식 경과가 좋아 빠른 쾌유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양은 “아버지의 장기 일부를 이식받아 건강한 몸을 갖게 된 만큼 간호사가 돼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부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김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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