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는 3일 오후 서울 가산동 블랙야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의 의혹 보도는 명백한 오보이며, 저는 정상에 섰다고 명백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오씨는 지난 5월 6일 칸첸중가를 무산소 등정했다. 그는 “한 언론이 캠프4에서 정상까지 3시간40분 만에 올랐다고 보도하며 시간상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3시간40분은 8450m 지점에서 정상까지 약 130m를 오르는데 걸린 시간”이라며 “캠프4가 설치된 7800m 지점에서 정상까지 소요된 총 시간은 20시간20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 한 언론은 국내 산악인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방송사 카메라에 마지막 모습이 촬영된 게 당일 오후 2∼3시 8000m 지점이었고, 정상 등정을 오후 5시40분에 무전으로 알렸다”며 “정상까지 최대 3시간40분이 걸린 셈인데, 산악인 박영석씨는 1999년 산소통을 메고도 이 구간을 5시간이나 걸려 통과했다”고 등반 소요시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오씨는 당시 방송사가 촬영한 테이프를 보여주며 방송사의 망원렌즈 카메라로 마지막 촬영한 지점은 8000m가 아니라 8450m쯤이었고 네팔 시간으로 오후 1시52분쯤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캠프4 지점부터 계산하면 정상까지 등반시간은 박영석씨(13시간28분)에 비해 오히려 길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의혹의 출발점이 된 정상 사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오씨 측이 공개한 사진으로는 정상임을 증명할 수 없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오씨는 사진을 찍던 순간에 대해 “칸첸중가를 세 번이나 올랐던 셰르파가 여기가 정상이라고 해서 사진을 찍고 바로 내려왔다”며 “당시 시야가 굉장히 흐렸고 날씨가 매우 안 좋았기 때문에 정상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씨보다 12일 후 칸첸중가에 오른 다른 한국 산악팀은 정상에서 산소통 2개를 봤다는 증언을 한 바 있다.
오씨는 이어 “등반 후 (네팔 카트만두에 주재하는 산악 전문가)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수리 부분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고, 정수리와 촬영지점 거리가 몇 m쯤 되느냐고 다시 물어 대략 5m는 더 되고 10m는 안 되는 것 같았다고 대답했다”며 “이를 통해 등정 성공을 공인받았다”고 덧붙였다.
오씨 팀에 동행했던 셰르파 다와 옹추(37)씨도 이날 회견장에 나와 “내가 정상 정수리 부분에 서서 바로 아래에 있는 오씨를 직접 촬영했다”며 “정상에 서 있는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오씨는 매우 지친 상태였고 날씨도 매우 안 좋았다”며 “내가 여기가 정상이라고 말하는데, 오씨가 그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후 악화로 카메라 촬영이 중단된 8450m 지점부터 정상부에 이르는 루트를 오씨가 명확하게 기억해 내지 못하는 데다 그가 정상에 섰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줄 다른 증거가 없는 상태여서 의혹은 완전히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칸첸중가를 재등반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오씨는 “제가 선 곳이 정상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면, 그때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대답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