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의 ‘하녀’, 원작 ‘하녀’와 비교해보면…

임상수 감독의 ‘하녀’, 원작 ‘하녀’와 비교해보면…

기사승인 2010-05-04 10:03:00

[쿠키 연예] “‘하녀’를 거론할 때 故 김기영 감독님의 ‘하녀’ 리메이크 작품이 아닌, 임상수 감독님의 ‘하녀’로 지금부터 이야기되었으면 좋겠다” (채희승 미로비젼 대표) “김 감독님의 ‘하녀’도 봤다. 그러나 영화를 찍으면서 잃어버리려 노력했다. (영화 속) 캐릭터를 가지고 내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을 했지, 리메이크를 한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찍지 않았다” (임상수 감독)

‘칸의 여왕’ 전도연의 출연과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로 인해 화제를 모았던 ‘하녀’가 첫 베일을 벗은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채희승 대표는 ‘원작’과의 비교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고, 임상수 감독은 원작과의 비교하는 질문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분명 ‘하녀’는 원작인 故 김기영 감독의 1960년대 작품 ‘하녀’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시작 전 스크린을 통해 이를 공지했고, 제작자인 채 대표 역시 보도자료 내 ‘김기영 감독님께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를 확인시켜줬다. 때문에 ‘원작’을 본 이들에게는 임상수의 영화 ''하녀''와 한 컷 한 컷, 양 옆에 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채 대표와 임 감독의 발언은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제61회 칸 국제영화제 ‘칸 클래식’프로그램에 초청되어 첫 공개됐고, 이후 2009년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완전 복원판으로 국내 공개됐다. 이는 2008년 한국영상자료원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세계영화재단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복원한 것으로 1982년 원본 네거티브 필름 일부가 발견됐으며 이후 1990년 발굴된 원본 프린트가 이를 보완했다. 110분짜리 이 영화는 당시 화면의 3분의 2가량은 화질이 깨끗했지만 이후 발견된 프린트들의 장면들은 상태가 좋지않았다. 그러나 완전 복원판은 이같은 부분을 보완해 큰 무리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고(故)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 ‘하녀’는 한국영화사에서 대표 걸작 스릴러로 손꼽히는 김진규·이은심 주연의 영화로 본처(주증녀)를 몰아내려는 가정부(이은심)의 파멸스러운 야욕을 그렸다. 안성기가 극중 김진규의 아들로 나왔고 이은심은 한국영화 사상 가장 그로테스크한 여성 캐릭터인 ‘하녀’를 연기한 후 너무나 강한 인상을 남겨 이후에 특별한 역을 맡지 못하고 사라진 비운의 배우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당시로서는 부유한 한 중산계층의 집안의 몰락으로만 그치지 않고, 산업화 과정에서의 여성의 계층간 갈등 그리고 하녀와 여공들의 잠재적 불안감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이야기한다. 또 1, 2층으로 나뉘어져 뚜렷한 층간 경계선을 가지고 있는 집안 세트에서 ‘하녀’는 2층에, 부인은 1층에 머무르며 보여주는 기괴한 불안감은 덜 정제된 음향과 함께 공포감을 더해줬다.

2010년 공개된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무엇보다도 시대상을 반영하는 사회성을 배제했다. 물론 임 감독은 “이 영화의 키워드는 우리 속의 하녀 근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내가 50년 만에 리메이크하면서 생각한 건 신자유주의의 여파라고도 하는데 요즘엔 억만장자 부자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중산층의 밑부분이 해체되면서 평범한 가정부주들이 식당 종업원처럼 힘든 일에 내몰리는 사회경제적인 현상이 늘어났다. 그런 시대적인 현상을 깔고 가는 영화다”라고 설명했지만, 첫 도입부를 전도연이 식당 일을 하는 장면을 선보이며 그같은 상황을 얼핏 제시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로 일관했다.

2010년 ‘하녀’가 사회성을 배제한 후 선택한 것은 세련미와 화려함이었다. 약 700평에 달하는 하눅영화사상 최대 규모의 대저택 세트는 고급스러운 상류층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적절했다. 또한 “모든 여자는 섹시해야 한다”는 임상수 감독의 주문에 맞춰 하녀 의상 역시 현대적이고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 관객들의 눈길을 잡았다. 이때문에 첫 공개가 끝난 후 대다수 관객들의 일차적인 평가는 “화면빨은 대단히 좋았다”였다.

스릴러나 서스펜스 적인 면 역시 원작에 비해 느슨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어두워지는 화면도 이를 보완하지는 못했다. 또한 1960년 화면에서 보여준 ‘쥐약’과 같은 강렬한 장치도 등장하지 못했다. (유사한 물품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 역시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대신 전도연의 노출 등 에로틱한 장면이 스크린 가득 채웠다. 파격미도 원작을 따라가지 못했다. 후반부에 전도연의 모습에서 강렬함은 느꼈지만, 이는 스토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찰나에 일어나는 전도연의 행동에서 기인한다.

결국 2010년 ‘하녀’는 원작의 이름과 ‘하녀’라는 설정만 차용했을 뿐, 채 대표나 임 감독 말처럼 메시지나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스토리는 ‘임상수’ 만의 창작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co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necoross@kukimedia.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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