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23일 오후 싱가포르의 대표적 관광개발 지역인 마리나베이 샌즈 복합 리조트 단지. 현대판 ‘피사의 사탑’으로 불리는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사진)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왔다. ‘들 입(入)’자 모양으로 활처럼 휜 건물 구조에 배의 형상을 띤 파격적인 옥상공원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쌍용건설이 시공한 이 호텔은 이날 개장식을 열고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지하 3층, 지상 55층 3개동에 총 2561개 객실을 보유한 호텔은 시공 전부터 세간의 화젯거리였다. 총 공사비 9000억원으로 국내 건설업체가 참여하는 해외건축 단일 부문으로는 최대 규모다. 특히 지상에서 최고 52도까지 기울어진 건물이 70m(23층) 높이에서 맞은편 건물과 연결됐다가 다시 55층까지 함께 이어지는 독특한 건물 구조는 최고의 난이도가 적용되는 공법으로 평가받았다. 건물 기울기가 이탈리아의 피사의 사탑(5도)보다 10배가 넘는다.
건물 3개동 옥상을 잇는 축구장 2배 면적의 ‘스카이 파크’ 역시 고난도 기술이 요구됐다. 세계 유명 건축가들조차 “중단될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라며 성공 여부를 두고 반신반의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입찰에 참여했던 일본 시미즈사와 프랑스 드라가지사 등 몇몇 건설사들은 수주를 포기했다.
쌍용건설이 시공권을 쥘 수 있었던 비결은 기술 노하우 덕분이었다. 비장의 무기는 ‘포스트텐션(Post-Tension)’ 시공법. 주로 교량 건설 등에 적용되는 이 방식은 콘크리트 등 구조물 속에 철근보다 강도가 5배나 높은 와이어(강선)를 심어 기울어진 건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잡아 당겨주는 공법이다. 건축 분야에서는 세계 처음으로 시도되는 기술이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설계자의 꿈은 시공자의 악몽’이라는 얘기가 절실히 와 닿을 정도로 어려운 공사라서 잠을 못 이룬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공사기간이 총 48개월인 고난도 프로젝트를 27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국내외 업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호텔 설계자인 미국인 모쉐 샤프디는 “이 호텔이 실제로 건설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면서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쌍용건설에 경의를 표한다”고 극찬했다.
호텔 개장식에는 쌍용건설 김 회장과 발주처인 세계적 리조트 전문개발업체 샌즈(Sands) 그룹의
셀던 아델슨 회장, 싱가포르 홍릉그룹 퀙릉벵 회장 등 각계 인사와 취재진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싱가포르에서만 31개(총 45억달러 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쌍용건설은 현재 싱가포르 정부가 추진 중인 육상 도로망 사업 중 고속도로 및 지하철 공사 등 19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국민일보 쿠킨스 박재찬 기자,사진=쌍용건설 제공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