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공사를 맡은 D건설 대표에게 관리비를 못 내 동대표에 출마하지 못하니 돈을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고, 돈을 주지 않으면 공사를 못하도록 방해하기도 했다. 또 노래방 등에서 향응을 제공받았다.
강남구 E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전기요금 계약방식을 잘못 선택해 최근 2년간 7억717만원의 요금을 더 부담했다. 같은 기간 서울시내 340개 단지가 더 낸 전기요금은 161억원에 달한다.
강동구 K아파트에서는 입주자들에게 전기요금을 과다 부과한 후 잉여금을 남기는 방식으로 3년간 1억3000여만원을 조성해 관리사무소 직원들 회식비, 동대표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 수도요금을 과다 부과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서울시내 1997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첫 관리비 실태 조사를 벌인 감사원이 26일 발표한 내용이다. 관리주체의 전문성 부족, 입주자대표회의의 비민주성, 지방자치단체의 소극적인 감독 등 아파트 관리체계 전반에서 부실이 발견됐다. 한마디로 아파트 관리비는 눈먼 돈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꼴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마포구 S아파트의 조명 교체(공사비 7200만원), 구로구 K아파트의 정화조 교체(6900만원) 등 감사 대상이 된 5308개 공사 중 40%에 해당하는 2127개 공사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200만원 이상 공사계약은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의 고질적인 비리도 이번에 확인됐다. 주택법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공사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경우가 9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포구 S아파트에서는 아파트 소유권을 상실해 동대표 자격이 없는데도 이를 숨기고 2년6개월간 입주자대표회장을 맡은 사례도 있었다.
재활용품 판매나 알뜰장터에서 나오는 수입, 어린이집이나 독서실 등으로 임대되는 아파트 부동산 수익과 같은 자잘한 수입들이 누락되거나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실태도 포착됐다. 관악구 B아파트의 경우 부녀회에서 알뜰시장을 관리하면서 연 15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이를 입주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리비에 대한 회계감사는 통장 입출금 내역이 맞는지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내 1258개 아파트 단지 중 최근 3년간 외부 회계감사를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단지 수는 709개 단지(56.3%)에 달했다.
감사원은 “주택법 상 벌금 또는 과태료 처분에 해당하는 위반 비율이 많게는 90% 이상 되는데도 이에 대한 단속 실적은 전무하다”며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지자체에서 사실상 공동주택 관리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금품 수수 혐의가 있는 동대표 등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요청을 하는 한편 국토해양부, 서울시 등에 개선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