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의 숨결 사하라’(공간루)를 펴낸 송경태(50)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은 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막마라톤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송 관장은 스물한 살이던 1982년 7월 군복무 중 수류탄 사고로 두 눈을 잃었다. 여섯 달 동안 군병원에 누워있다 의병제대했는데 그에겐 남은 건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한참을 절망에 빠졌지만 그는 스스로 이겨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일어섰다. 99년 미국을 도보로 횡단했고 2005년 9월 6박7일 동안 250㎞에 이르는 사하라사막을 마라톤 횡단했다.
책에는 송 관장이 사하라사막을 뛰어 건너며 극한의 고통을 경험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희망을 길어 올리는 내용들이 생생히 담겨 있다. 당시 대회에는 23개국 107명의 레이서가 참가했는데 송 관장이 77등을 했다. 함께 대회에 참가했던 한국 마라토너 중 김인백, 창용찬, 정혜경씨가 차례로 송 관장을 결승선까지 인도했다. 송 관장은 이들의 배낭에 매달린 끈 하나를 붙들고 캄캄하고 뜨겁게 타들어가는 사막을 건넜다.
“제가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30명은 중도포기하거나 정해진 시간 내 골인하지 못했어요. 꼴찌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지금까지 사하라사막을 완주한 장애인은 제가 유일하다니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해요.”
사하라를 시작으로 송 관장은 세계에서 열리는 사막마라톤을 차례로 접수했다. 2007년 6월에는 중국 고비사막, 2008년 3월에는 칠레 아타카마사막을 뛰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남극마라톤 도전에 성공하고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4대 극한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2009년 5월 남아공 나미부사막, 2010년 8월 중국 타클라마칸사막을 완주했고 올해 9월엔 호주 캥거루사막을 뛸 계획이다.
송 관장은 세계의 사막을 돌며 마라톤에 나서면서도 혈기왕성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2000년부터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을 맡은 것도 부족해 2001년부터는 주간신문인 전북장애인신문을 발행해오고 있다. 2006∼2010년에는 전주시의원으로도 활약했다.
그는 “오지에서 마라톤에 나설 때마다 소처럼 우직하게 한 걸음씩 걷다보면 천리를 간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을 되새기곤 한다”며 “책을 통해 계획했던 것을 시도하기 전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시도하다보면 반드시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건네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