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성유리 “핑클 시절 남몰래 흘린 눈물, 연기 밑거름 됐죠”

[Ki-Z 人터뷰] 성유리 “핑클 시절 남몰래 흘린 눈물, 연기 밑거름 됐죠”

기사승인 2011-07-25 14:16:00

[쿠키 연예] 커다란 눈망울과 하얀 피부, 동안에 어울리는 앳된 목소리까지 성유리를 보면 아직도 10대 소녀 같다. 지난 20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성유리는 드라마의 기나긴 여정에서 아직 덜 벗어난 듯 조금은 수척해 보였다. 불규칙한 일정으로 촬영에 매달리다 보니 불면증이 찾아온 탓이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로맨스 타운’에서 억척 식모 노순금 역을 맡았던 성유리는 “작품이 끝날 때마다 허무함이 찾아오는데, 이번 드라마는 더 심하게 후유증이 온 것 같다”며 “나이를 먹고 내 이름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지면서 완벽하게 연기하기 위해 애쓰다 보니 매사에 피곤한 것 같다”며 웃었다.

“제가 연기했던 순금이는 저에게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의리 있는 멋진 여자였죠.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오랫동안 제 곁에 맴돌 것 같아요. 떠나보내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드라마와 캐릭터에 애정은 여느 때보다 컸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성유리는 드라마 중반 방향을 잃어 잠시 흔들리는 듯했다. 캐릭터에 대한 딜레마 때문이다. 중후반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있던 그는 갈수록 드라마의 중심이 복권 당첨에 기우면서 혼란에 빠졌다.

“마냥 좋을 줄만 알았는데,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많네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배운 것은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거예요. 좀 더 많은 대화, 의논을 거쳤으면 좋았을 것을 혼자 고민하고 끙끙대는 것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어요. 다음부터는 감독님과 작가님과 많은 대화를 해야겠다는 필요를 느꼈죠.”

성유리가 배우로 활동한 지도 벌써 햇수로 10년이 돼 간다. 그러나 배우로서 인정받는 데에는 기나긴 시간이 걸렸다. 드라마 ‘천년지애’(2003)와 ‘눈의 여왕’(2006), ‘쾌도 홍길동’(2008)을 거쳐 성유리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었고, 영화 ‘토끼와 리저드’(2009)와 ‘누나’(미개봉) 등을 통해 실험적 도전과 이미지 변신을 꽤했다.

처음 연기했을 때에는 앳된 목소리에 대한 단점이 자꾸 지적돼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고 수많은 고민과 마주쳐야 했다.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를 깨려고 변화와 노력을 거듭했지만, 타고난 목소리야 말로 하늘이 정해준 것임을 깨닫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목소리에 대한 부담감이 덜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바꾸느냐 개성으로 남기느냐의 문제인데, 전자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후자는 더더욱 인정받기가 힘든 일이죠. 전도연 선배님처럼 개성 있는 목소리로도 큰 사랑받는 배우가 되길 바랄 뿐이죠.”



어느덧 이제는 선배들과 후배들을 고루 만날 수 있는, 중간 위치에 서 있다는 것도 알았다. 아직도 “남들이 선배라고 부르면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그는 “후배들이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잔소리가 늘어간다”며 웃는다.

“요즘 어딜 가나 선배인 경우가 많은데, 후배들에게 잔소리 많이 하게 돼요. 저도 알죠. 귀담아 듣지 않으리라는 걸요.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겨워 할 수 있는데 저도 모르게 자꾸 하게 돼요. 연애 좀 해라, 밖에 많이 다녀라 등등. 그러면서 나이 먹는다는 것을 느껴요.”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성유리의 맑은 이미지는 배우로서의 걸림돌이기도 했다. 영화를 위해 감독들을 만나면 “네가 이 캐릭터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느냐”며 미심쩍어했다.

“어린 나이에 연예 활동을 시작하면서, 또래들이 겪지 못하는 아픔을 미리 겪었고 그만큼 시련도 많았죠. 사람들은 그런 부분은 생각 안 하시는 것 같아요. 화려한 걸 그룹의 이미지는 뒤에는 남몰래 흘려야할 눈물도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위기와 어려움이 연기하는 밑거름이 돼 주는 것 같아요. 그 시간이 없었다면 이렇게 독한 근성이 생기지는 않았겠죠.”

자신을 아직 ‘핑클’ 시절의 어린 소녀로 보는 이들에게 파격적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것도 앞으로는 과제다. 영화 ‘블랙 스완’의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를 보고 전율을 느낀 후 그러한 욕심이 더 자라났다.

“명분이 있는 악역이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극의 재미를 위해 점점 명분이 퇴색되지만 않는다면요. 기존의 제 이미지를 훌쩍 뛰어 넘는 그런 캐릭터를 만날 날이 올 거라 믿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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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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