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드라마진단] ‘캔디’의 전성시대, 왜? …장나라 이어 김선아·이보영 합류

[Ki-Z 드라마진단] ‘캔디’의 전성시대, 왜? …장나라 이어 김선아·이보영 합류

기사승인 2011-07-25 14:38:01

[쿠키 연예]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함을 갖춘 ‘엄친아’나 ‘엄친딸’이 대세라지만, 모든 분야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평범한 보통 사람이 사랑받는 시대다.

오래된 단골손님 캔디

지난 5월부터 방영 중인 KBS 일일극 ‘우리집 여자들’의 여주인공 고은님, 지난 5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동안미녀’에서 장나라가 연기한 이소영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의 대표적 캐릭터를 구가하며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얻었다. 이에 질세라 MBC, SBS도 톱스타 김선아와 이보영을 ‘캔디’로 변신시켜 시청률 잡기에 나섰다. ‘캔디’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마에서 ‘캔디’ 캐릭터는 오래된 단골손님이다. 백마 탄 왕자와 비현실적 사랑에 빠지더라도 넓은 층의 사랑과 지지를 한 몸에 받는다. 예쁜 여주인공이나 ‘미운 오리인 척하는 백조’들은 재벌 남성의 도움이나 출생의 비밀 등에 따라 인생이 뒤바뀌지만, ‘캔디’는 본인의 능력과 일념으로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것이 포인트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지만 언제나 밝고 씩씩한 ‘캔디’는 화려한 집안과 뛰어난 외모를 갖춘 다른 여성에게 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돼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지만 늘 꿋꿋하고 씩씩하다.

특히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외향적 측면에도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흔히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거나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를 하고 노 메이크업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여주인공들이 긴 생머리에 청순하고 화사한 메이크업을 하는 것과 확연히 차별을 보인다.

‘로열 패밀리’나 ‘마이더스’처럼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춰 동경의 대상이 될 법한 재벌가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기 일쑤다. 지난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도 길라임이라는 ‘캔디’가 있었기에 사회지도층 김주원의 캐릭터가 더욱 빛났다. 지상파 3사가 현재 내세우고 있는 ‘캔디’들을 살펴보며 그들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자.

새로운 캔디, 김선아 그리고 이보영

지난 23일 첫 선을 보인 SBS ‘여인의 향기’의 여주인공 이연재(김선아)는 예쁘지도 않고 가진 것도 없지만 특유의 꿋꿋함과 남다른 인내력으로 상사의 무시와 동료들의 은근한 따돌림도 견뎌내는 여성이다. 안타깝게도 암 선고를 받고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 이연재는 자신을 괴롭혀 온 직장 상사 얼굴에 사표를 내던지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김선아는 무인도 바닥에 드러눕고, 100인분 거대 비빔밥에 고꾸라진 것도 모자라 반지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따귀를 맞는 등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을 펼쳤다. 커다란 뿔테 안경과 대충 묶은 파마머리로 어리바리 외향을 꾸민 그는 특유의 노근노근한 목소리로 코믹함과 비극적 요소를 적절히 선보이며 극을 생기 있게 이끌었다.

뿔테 안경과 파마머리는 MBC 드라마 ‘애정만만세’의 이보영에게도 찾아볼 수 있다. 데뷔 이래 가장 코믹한 캐릭터에 도전한 이보영은 ‘돌싱’ 강재미 역을 맡았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로 등장, 파격적 이미지 변신을 감행한 그는 남편에게 사기 이혼을 당하지만 꿋꿋하고 억척스럽게 위기를 극복하는 ‘캔디’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다.

강재미는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 가정을 깬 트라우마 탓에 온달 같은 남편을 맞이했지만, 결국 믿었던 남편에게 사기 이혼을 당하며 졸지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출발해 결국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에 이르게 된다.

나를 닮은 캔디의 고진감래 그리고 쾌감

KBS 드라마 ‘우리집 여자들’의 여주인공 고은님(정은채)은 좀 더 원형에 가까운 ‘캔디’이다. 밝고 성실하며 타인의 음모에도 쉽게 걸려드는 순진무구한 캐릭터다. 선머슴 같은 성격에 타고난 생활력을 지녀 어려운 환경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할머니께 개인택시 하나 뽑아주는 것이 유일한 꿈인 욕심 없는 여성이지만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자신을 질투하는 홍주미(윤아정)의 갖은 모략과 음해를 견뎌내고, 극중 ‘엄친아’ 이세인(제이)을 만나지만 집안으로부터 물려받은 부를 누리기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는 행복을 가꾸는 풋풋하고 순수한 인물이다.

지상파 3사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드라마 속 ‘캔디’ 캐릭터는 흔히 각종 핸디캡을 극복하고 꿈과 사랑을 이루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시청자들은 내세울 것 없는 외모와 집안, 평범한 사회적 위치라는 캐릭터를 만나며 시청자는 자신과 동일시하게 된다. 선남선녀의 뻔한 만남이 아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현실감과 판타지를 조제해 공감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는 것이 드라마 성공의 열쇠다. 결국 시청자들은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인물,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캐릭터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고 사랑을 쏟는 것이다.

고정된 이미지와 반복되는 캐릭터 설정임에도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문구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인과응보의 법칙이 드라마에는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캔디’의 고진감래 그리고 캔디를 괴롭힌 ‘이라이저’의 인과응보가 가져다주는 쾌감과 대리만족을 기대하며 시청자들은 채널을 고정시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