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동률, 이효리를 정말 사랑했다면…

[쿠키人터뷰] 김동률, 이효리를 정말 사랑했다면…

기사승인 2011-11-18 16:45:01

"[쿠키 연예] 추운 겨울 밤 따뜻한 코코아처럼 한없이 달콤하다가도 아주 진한 에스프레소 같이 쓰디쓴 감성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의 주인공. 바로 뮤지션 김동률이다. 크리스마스의 발랄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것 같았는데 4년 만에 발매한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크리스마스다.

유난히도 겨울을 좋아한다는 김동률, 크리스마스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로맨틱한 분위기와 예쁜 거리를 즐긴다. 또 추운 새벽, 숨을 들이마셨을 때 코가 바짝 어는 것 같은 상쾌함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따뜻하다’라는 말이 가장 빛을 바라는 계절이라 겨울이 좋다. 이런 느낌들을 노래에 담아 많은 이들에게 느끼게 해 주고 싶다.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빽빽하게 잡힌 인터뷰 일정으로 지칠 대로 지친 그는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동률의 머리는 이미 멈춘 상태였다. 세수를 하고 물을 마시며 머리를 회전시키려(?) 노력했지만 컨디션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단다. 그럼에도 질문 하나하나에 성의껏 답하는 모습, 인간미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제 노래로 우울해지는 분 많다면…죄송합니다”

이번 앨범의 구상은 10년 전부터 이뤄졌다. 웅장한 캐럴을 좋아하지만 변환해서 부르고 싶지 않았고, 그런 설렘을 느끼게 할 곡들을 모아 앨범을 내고 싶었다. 곡 작업을 하며 겨울 냄새 나는 곡들을 모았고 드디어 ‘kimdongrYULE’ 앨범에 담겨 빛을 보게 됐다.

그런데 타이틀곡 ‘리플레이’(replay), 캐럴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곡의 느낌이 앨범과 맞지 않는 것 같아 김동률 자신도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다고.

“앨범 콘셉트가 겨울이고 크리스마스인데 딱 한 곡이 어긋나는 것 같아 망설였어요. 게다가 이 곡을 타이틀로 하는 건 더욱 더 어불성설인 것 같아 오랜 시간 고민했죠. 그런데 주위의 모든 사람이 ‘이 곡이 타이틀이어야 한다’고 하더라요.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 보다’ 싶은 생각에 결국 항복했죠.”

앨범 ‘kimdongrYULE’은 음원 공개와 동시에 각종 음악 사이트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기분은 좋은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음원 시장에 적응을 못했고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본인이 생각하는 앨범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그는 “말하기 어렵다”며 한참을 고민한 뒤 “절대적인 기준으로 이 앨범이 좋은가를 떠나 ‘이렇게 하고 싶다’는 완성도를 이룬 부분으로 따진다면 90점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좋고 나쁘고는 들어 주시는 분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몇몇 분은 제게 크리스마스를 잊고 지낼 수 있었는데 왜 다시 떠올리게 하냐며 원망 섞인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요. 노래를 듣다 보니 우울해진다고 하는 분도 계신데 이런 반응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18년 동안 제 음악을 들으며 함께 감성을 나누고, 추억 속 누군가를 떠올리는 분들을 보면 정말 큰 보람을 느끼고요. 제 음악을 공감하고 깊은 신뢰로 지지해 주시는 팬들이 있어 진실로 큰 힘이 됩니다.”

“제게 상처받고 너덜너덜해진 마음, 희열 형에게 치유 받더라고요”

김동률은 유희열과 돈독한 친분을 자랑한다. 이번 앨범의 보도자료를 유희열이 직접 작성했을 정도다. “희열 형은 겪으면 겪을수록 정말 형다운 형”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희열은 KBS 2TV를 통해 금요일 자정 넘어 방송되는 음악 프로그램 ‘스케치북’을 통해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스케치북’을 보면 알겠지만 희열 형은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자신을 낮추고 게스트를 빛나게 해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어떤 가수라도 ‘스케치북’에 나간다면 (희열이 형 때문에) 편안함을 느낄 거예요.”

그는 자신에 대해, 다수의 사람과 두루 잘 어울리는 유희열과 반대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싫은 사람에게 좋은 척도 못하고 표정관리도 안된다고 고백했다.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편이에요. 누군가 제게 상담을 하면 좋지 않은 점을 먼저 말하는데 희열 형은 반대예요. 저와 상담 후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희열 형한테 가서 치유 받는 것 같아요(웃음).”

독설가 스타일이냐고 묻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악역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그 정도의 악역은 제가 해 주자라는 뜻에서 하는 것인데, 만약에 기분 나빠서 다시는 저를 못 보겠다면 그건 그 사람의 그릇이 그 정도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효리와 열애설? 진짜였다면 큰 상처 받았을 것”

김동률을 곁에서 오랜 시간 지켜본 지인들은 그를 두고 “내가 여자였다면 결혼했을 것”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남자”라고 표현한다. 이 말을 전하자 그는 멋쩍은 듯 미소만 짓더니 “결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응수했다. 해프닝으로 끝난 이효리와의 열애설에 대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효리와 워낙 친해 둘 다 큰 상처 없이 잘 끝났어요. 하지만 제가 진짜 좋아했다면 그런 소문으로 다시는 못 볼 사이가 됐을 거예요. 실제로 이런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이런 것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네요.”

모범생 이미지의 그는 실제 자신의 삶에서 크게 일탈한 경험이 없다. 인생 최고의 일탈로 ‘유학’을 꼽았다.

“생각해 보면 유학이 어떤 의미에서는 큰 일탈이었어요. 다들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결국 선택했죠. 요즘도 몇 달 정도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일탈의 유혹을 느끼곤 합니다. 이것도 일탈일지는 모르겠지만….”

‘바른 생활 사나이’ 아니랄까봐 스스로를 ‘아침형 인간’이라고 밝혔다. 어느 순간 이미 ‘아침형 인간’이 돼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한다. “헬스를 했었는데 지난해부터는 스쿼시를 배우고 있다”며 “일요일마다 연습을 하는데 몸이 건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건강에도 매우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락없이 김동률다운 이야기, 언제 들어도 기품 있어 좋은 음악. 어쩌면 큰 일탈 없고 변함없이 우리 곁에 있는 게 그의 매력이 아닐까. 동시에 그 변화 없어 보이는, 일정하게 조율된 흐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력운동에서 스쿼시로 종목을 바꾸듯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되 몸과 정신의 건강을 추구하는 근본은 잊지 않는 것과 동일한 맥락은 아닐까. 자극적이지 않아서 맛볼수록 들을수록 그 진가를 알게 되는 김동률의 음악세계 속으로 올 겨울 힘껏 달려보자.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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