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의 잘못된 예…여주인공 ‘민폐 캐릭터’ 눈살

‘캔디’의 잘못된 예…여주인공 ‘민폐 캐릭터’ 눈살

기사승인 2012-02-21 14:57:00

[쿠키 연예]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캐릭터는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사랑받는 드라마 속 인물이었다. 연약하지만 당차고, 위기를 겪지만 꿋꿋하게 이겨내며 시샘어린 질투를 받아도 늘 ‘왕자’의 도움으로 최후의 승리자가 됐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속 ‘캔디’는 시청자의 지지를 얻기보다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며 공감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여주인공이 시청자에게 외면 받으면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곧 시청률과 직결된다.

SBS 수목드라마 ‘부탁해요 캡틴’의 여주인공 구혜선이 대표적이다. 구혜선은 일에 대한 열정과 패기 그리고 배려심 많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닌 비행 부기장 한다진 역을 맡았으나 오히려 드라마에서 겉도는 느낌을 자아낸다.

‘부탁해요 캡틴’은 프로의식과 열정으로 가득 찬 조종사들의 성장기는 물론 그들과 함께하는 승무원과 관제사, 정비사 등 그 동안 드라마를 통해 쉽게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극중 한다진은 모친을 비행기 사고로 잃는 기구한 사연을 지녔지만, 지나친 자존심과 독단적인 행동으로 인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전파를 탄 방송분이 대표적이다. 한다진(구혜선)이 최지원(유선) 때문에 비행을 거부하자, 윙스에어 승무원들은 단체로 보이콧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한다진은 느닷없이 “이 팀과는 비행할 수 없습니다”라며 “이유는 그 쪽이 더 잘 알지 않냐”고 적대적인 눈빛으로 일관했다.

주위에서는 이유가 뭐냐며 중재에 나섰으나 다진은 끝내 “그건 말씀드릴 수 없다. 죄송하다”며 승객들의 안전을 빌미로 다른 팀으로 스케줄을 잡아달라고 건의했다. 이유도 모른 채 비행을 거부당한 지원 팀 소속 승무원들은 다진을 겨냥해 단체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돌발적인 상황 설정에도 시청자는 여주인공의 편에 있어야 하지만,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과 오버스러운 표정 연기는 오히려 승무원들의 보이콧을 두둔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지나치게 독단적인 모습으로 연출돼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이는 연기력 논란으로까지 이어져 늘 비슷비슷한 표정과 발성을 선보이는 구혜선의 자질까지 거론되고 있다. 여주인공의 상황과 행동이 전혀 시청자에게 흡수되지 못하며 비호감으로 전락한 것. 이는 캐릭터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밀도 있고 감성적인 연출의 부재로부터 기인한다. 또한 과도하고 어색한 표정 연기와, 진심이 통하지 않는 내면 연기는 배우 스스로도 100%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부탁해요 캡틴’의 시청률은 6%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영화 ‘써니’로 스크린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강소라는 올해 KBS 드라마 ‘드림하이2’로 안방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리고자 했으나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해 초 방송돼 큰 반향을 모은 ‘드림하이’의 속편인 이 작품은 배우 강소라와 그룹 2AM의 정진운, 그룹 티아라의 지연과 씨스타의 효린 등으로 캐스팅을 알리고 산뜻한 출발을 알렸었다.

‘드림하이2’는 출신과 배경, 처한 상황이 각각 다른 아이들이 예술학교에 입학해 재능을 발전시키고 도전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그리는 드라마다. 강소라는 극중 음악을 글로 배운 엉뚱한 아이돌 지망생 신해성 역을 맡았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발랄하지만 예능에 재능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는 캐릭터로, 재능은 부족하지만 사람을 한 데 어우러지게 만드는 친화력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설정이다.

하지만 복병이 있다. 바로 노래를 못하는 설정이다. 때문에 늘 의욕만 앞서는 해성은 친구들에게 민폐 아닌 민폐를 끼치고, 급기야 극중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혀 비호감으로 전락하고 왕따까지 당한다. 잇단 위기에도 시청자들은 여주인공의 편을 들어주지 못한다. 늘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탓에 여주인공임에도 시청자들의 연민이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늘 주춤거리고 쭈뼛거리는 캐릭터 때문인지 ‘가수가 본업인 아이돌보다 연기를 더 못하는 것 같다’는 혹평까지 듣고 있다. 시청자들은 여주인공보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리안(지연)을 더 두둔하고 좋아하게 되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답답한 해성보다 시크한 리안이 더 매력적으로 부각될 정도다. 러브라인 또한 형성되고 있지만 앞으로 시청자의 관심과 기대를 모을지는 미지수다.

MBC ‘신들의 만찬’에 출연중인 성유리는 힘든 역경에도 꿋꿋하고 포기할 줄 모르는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지만 다소 식상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성유리는 극중 절대 미각과 남다른 재주를 지닌 천재 요리사 고준영 역을 맡았다. 다혈질이지만 측은지심을 지닌 캐릭터로, 요리를 두고 하인주(서현진)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한국 최고의 한식당 아리랑을 배경으로, 한번 먹으면 그대로 맛을 낼 줄 아는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 준영과 천재적인 재능은 없지만 체계적인 교육과 이기고 싶은 욕망으로 거칠 것이 없는 인주가 요리를 두고 경쟁하며 운명에 도전하는 내용이 그려진다.

정식으로 요리를 배워본 적 없는 준영은 우연히 ‘아리랑’의 주방에 들어오게 되고,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과 타고난 재능으로 무엇이든지 ‘뚝딱’ 요리해낸다. 준영은 서툴고 덤벙대며 사랑스러운 캐릭터지만, 요리에 관련된 천재성 만큼은 다소 과장되고 비현실적이다. 선노인(정혜선)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아리랑’에 입성한 계기 또한 마찬가지다.

동료들에게 ‘낙하산’이라는 비난을 얻으며 왕따를 당하고 있지만, 사실 준영은 ‘아리랑’의 명장 성도희(전인화) 친딸. 어린 시절 인주와 운명이 뒤바뀌었다. 이러한 운명을 되찾으려는 듯 준영은 동료에게 김치로 뺨을 맞고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명랑하고 씩씩하기만 하다. 일부 시청자들은 타고난 재능을 지닌 준영보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늘 불안함에 떨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인주 캐릭터에 더 연민과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드라마에서 ‘캔디’ 캐릭터는 오래된 단골손님이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지만 언제나 밝고 씩씩한 ‘캔디’는 화려한 집안과 뛰어난 외모를 갖춘 다른 여성에게 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돼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지만 늘 꿋꿋하다. 하지만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혹은 시청자들로부터 연민과 지지를 얻기 위해 여주인공을 지나치게 극대화하다 보면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전락하며 역효과를 일으키기 쉽다. 또한 진부한‘캔디’ 캐릭터는 너무 식상해 흥미가 사라진 캐릭터임은 분명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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