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작은 영화] ‘디어 한나’ 상처투성이 당신에게 위로를…

[Ki-Z 작은 영화] ‘디어 한나’ 상처투성이 당신에게 위로를…

기사승인 2012-03-24 12:59:01

[쿠키 영화] “신을 보러 간 건 아니고 당신을 보러 갔어요. 나한테 웃어주는 사람은 샘과 당신밖에 없어서…”

영화 ‘디어 한나’의 원제는 티라노소어(Tyrannosaur)다. 극 중 조셉의 아내 별명이기도 한 티라노소어는 두 주인공 조셉과 한나의 내면에 자리한 상처가 공룡처럼 거대해져 있음을 상징한다.

영화는 분노와 아픔으로 가득 찬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보듬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조셉은 자신의 곁을 지키던 유일한 개를 홧김에 발로 차 죽게 한다. 동네 상점의 유리창을 산산조각내기도 하고 세 청년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그에게 살아있다는 것은 그저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뿜어내는 폭력의 순간뿐이다. 이웃집 남자와 시비, 욕설로 일상을 낭비하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것이 전부다. 청년을 폭행하는 자신의 폭력성에 스스로 놀란 그는 도망치듯 한 자선가게로 뛰어들어가 숨고, 가게 주인 한나를 만나게 된다.

천사 같은 한나는 낯선 그에게 이름을 묻고, 차를 대접하려 하고 심지어 기도도 해준다. 독실한 신앙심을 지닌 한나는 겉보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전형적인 중산층 여성이다. 모든 미움을 용서와 사랑으로 덮는 그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커다란 상처를 안고 있다. 남편 제임스가 강간과 폭행을 일삼다가도 미안하고 사랑한다며 용서를 구하는 두 가지의 얼굴을 지닌 인물이기 때문.

신분과 사는 환경 모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은 ‘상처와 외로움’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한나는 조셉의 영혼을 위로해주는 한없이 너그러운 인물로 비춰지지만, 극단적 결정을 한 한나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두 사람의 상황은 뒤바뀐다.

‘아무리 사랑을 줬던 동물이라도 위기의 순간에 처하면 공격하게 된다’는 말처럼 극단의 상황에 내몰린 인간들이 어떤 비극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여성, 동물, 아이에 대한 폭력, 가정학대 등 거칠고 어두운 면이 담겨있어 다소 무겁지만, 감독은 “지옥과 같은 삶을 사는 두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선한 면을 통해 삶의 희망을 찾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작품은 패디 컨시딘 감독이 직접 집필하고 연출한 작품이다. 피터 뮬란이 조셉 역을 맡아 선과 악을 오가는 입체적인 호연을 펼쳤고, 올리비아 콜맨은 한나, 에디 마산은 남편 제임스로 분했다. 2011년 선댄스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11 영국독립영화제, 2012영국 아카데미 등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청소년관람불가로 오는 29일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한지윤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