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직장인 김재석(가명·38)씨는 10년 전 퇴직한 아버지가 직장가입자에서 지역의료보험 가입자로 자동 전환돼 최근까지 건강보험료를 납부해 온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다. 단지 피부양자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버지는 그동안 내지 않아도 될 1000여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해 온 것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사전에 통보만 해줬더라도 이러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항의도 해봤지만 돌아온 것은 “본인 잘못이니 반환할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김씨는 “아버지께서 정년퇴임 후 내지 않아도 될 건강보험료를 매달 9만5000원씩, 10년간 1140만원이나 내왔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며 “공단에서 어떻게 사전 홍보나 공지도 없이 이렇듯 잘못된 보험료 납부를 방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억울해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홍보 부족 등으로 납부하지 않아도 될 건강보험료를 내는 피해자가 늘면서 피해 금액이 지난해에만 200여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단측은 이를 ‘가입자 탓’이라며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공단이 직역(지역↔직장)간 자격이동, 군 입대, 해외출국 등에 따른 자격 소급 상실 등으로 잘못 걷은 건강보험료는 지난 3년간 8403억원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이중납부, 착오납부 등으로 공단이 잘못 걷은 보험료 중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은 보험료는 ▲2009년 17억(139건) ▲2010년 47억(295건) ▲2011년 228억(932건)으로 최근 3년간 약 7배나 급증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고스란히 가입자의 몫으로만 돌아간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이중납부 등 과오납 가입자를 구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지적됐지만 치열한 공방 끝에 본인의 실수가 인정될 경우 반환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난 바 있다.
하지만 공단의 사전 홍보나 공지가 없어 피해를 입은 경우까지 본인 실수로 간주해 가입자만 피해를 떠안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공단에서 가입자에게 사전에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면 피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단은 지난해 국감에서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후 관련 내용에 대한 홍보나 공지를 강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 보이스피싱 악용 등의 이유를 들어 착오납부 등 과오납 통지서를 우편으로 발송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자신들의 ‘과실 없음’만을 주장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피부양자로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이중납부가 되는 것은 본인의 부주의에 기인한 만큼 규정대로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면서 “이러한 사연으로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지만 본인이 철저히 파악하지 않는 한 이중납부를 구제할 방도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