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장나라 “내 목소리 싫어했던 이유는…”

[쿠키人터뷰] 장나라 “내 목소리 싫어했던 이유는…”

기사승인 2012-04-19 09:56:01

[인터뷰] 안 그래도 ‘툭’치면 금세 쓰러질 것 같은 작고 여린 체구인데, 체증까지 겹쳤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장나라는 하루 전날 ‘몸에 좋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 홍초를 무리해서 마셨다가 체해 고생 중이라고 했다.

“이게 다 귀가 얇은 탓”이라며 멋쩍게 웃는 그는 꺼질 듯 아슬아슬해 보였지만 눈빛만은 반짝였고, 이따금씩 배를 쓸어내리면서도 음악 이야기에서는 여느 때보다 힘을 주어 말했다.

장나라는 2008년 발표했던 6집 ‘드림 오브 아시아(Dream of Asia)’ 이후 4년 만에 국내에서 발표되는 새 디지털 싱글 ‘너만 생각나’를 안고 무대로 돌아왔다. ‘너만 생각나’는 한 여자가 이별 후 일상 곳곳에서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게 되는 애절한 감정을 솔직하게 담은 이별 노래.

아이유의 ‘여자라서’, 마리오의 ‘문자’(feat.백지영) 등을 작곡한 김희원 작곡가와 MBC ‘나는 가수다’의 편곡자로도 유명한 김진훈 작곡가가 공동 작업한 곡으로, 아티스트 나원주가 피아노 반주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앨범에 함께 수록돼 있는 곡 ‘바로 너였어’는 클래지콰이의 알렉스와 장나라가 처음 호흡을 맞춘 곡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드림 오브 아시아’를 발매했을 때 왜 그렇게 활동이 없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사실 저는 화려한 활동보다는 발매에 의의를 두고 있었어요. 앨범 전체에 내 의견이 반영됐고, 가사도 직접 모두 제가 썼었고요. 그저 내 얘기를 많은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었죠.”

‘드림 오브 아시아’가 제작에 참여한 것의 큰 의미를 두었다면, 이번 싱글 앨범은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다. 그는 “솔직한 멜로디와 가사가 마음에 든다. 보컬도 최대한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로 소화했다”라며 “나는 늘 꾸며 말하고 돌려 말하는 것에 익숙한 반면 이 노래는 나와 표현하는 색이 달라서 더 눈길이 간다. 너무 알아듣기 쉽게 전달하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예쁘고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이 좋았던 시절이 있다. 여성으로서 특히 조금은 풋풋해 보이거나 신비해 보이고 싶을 때는 더욱 그렇다. 장나라 또한 “좀 더 포장된 것이 좋을 때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어렸을 때는 솔직하고 직선적인 것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제는 ‘맞아. 그런 감정이야’하며 쉽게 수긍하게 된다”라며 “솔직한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이번 노래가 그런 솔직함을 갖고 있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반가운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는 그런 기분이랄까요. 괜히 반갑고, 보시는 분들도 저를 반가워해줬으면 좋겠고, 그래요. 음악이라는 게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음악 저런 음악이 있는 거니까요. 성공이나 대박 여부를 떠나서요.”

아이돌 일색인 가요계, 이제는 ‘대선배’ 대접을 받을 나이다. 그는 “경쟁은 이제 의미가 크게 없을 것 같다. 최근 그룹 신화도 활동을 하는데, 예전에 함께 활동하던 분들이라 혼자가 아닌 것 같고 좋다”라며 “그래도 그룹이 아닌 솔로로 활동하는 것은 외롭기는 하다. 어떤 테두리에 있을 대 편안함을 느끼는데 난 늘 혼자였고 지금도 혼자”라며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방송 출연도 많이 하고 싶고 라디오로도 최대한 자주 인사드리고 싶어요. 예능도 활발하게 하고 싶은데 말주변도 없고 반응이 느려서 걱정이 돼요. 중국 활동도 너무 재밌는데, 한국 활동도 소홀하지 않게 열심히 하고 싶고요. 양쪽 활동이 다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이제는 활동에 있어 배분을 잘해서 한국팬과 중국팬 골고루 만나 뵈려고요.”

자신도 어린 10대 때부터 가수활동을 했지만 요즘 어린 후배들을 보면 대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단다. 그는 “그 나이 때 나는 그 정도로 못했던 것 같은데 요즘 어린 후배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대견하고 멋있다”며 “화려하고 프로패셔널한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어린 나이에 활동하면 후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어려움 없이 계속 성장하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제가 지금 경쟁을 위해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죠. 안 한 것도 평가받는 세상에서 사실 제가 뭐가 두렵겠어요. 그저 제 노래 들으시는 분들이 즐거워하시면 그게 다예요. 노래와 연기는 제가 어떠한 의미를 주는 것이 아닌 그냥 제 삶인 것 같아요. 두개 모두 저의 직업이고, 그 두개를 빼면 저에게 삶의 의미는 없으니까요. 일을 안 할 때 오히려 재미가 없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그래요.”

지난해에는 드라마 ‘동안미녀’로 활발한 연기를 펼쳤다. 함께 출연했던 김민서와는 언니-동생하는 사이가 됐다. 김민서가 ‘해를 품은 달’에 출연했을 당시 배우와 스태프 등 삼계탕 150인분을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고민이 많은 친구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하다보니 각별한 사이가 됐다”라며 “힘든 일을 계속 생각하면 더 힘드니, 마음을 비우자고 많이 얘기한다”고 했다.

여전히 앳된 얼굴을 지닌 그이지만, 동안(童顔)은 여자로서가 아닌 배우로서는 다소 배역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하기 마련이다. 장나라 역시 남들 다 부러워할 만한 동안 외모를 지녔지만 고정된 이미지로 인해 캐릭터에 대한 한계에 대한 아쉬움을 안고 있었다.

“캐스팅 들어오는 캐릭터가 비슷한 이미지가 많아요. 어렸을 때는 참 싫었는데 갈수록 의연해지는 것을 느껴요. 그리고 생각보다 ‘그렇게 내가 동안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요 몇 달 사이 얼굴이 많이 건조해져서, 신경도 많이 쓰고 있고 여러모로 저도 피부에 고민이 많답니다.(웃음)”

데뷔한 지 벌써 11년. 장나라는 “계속 달려온 느낌”이라고 했다. 그리고 “후회되고 속상한 적도 있지만 열심히 잘해왔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두고두고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빨리 정리를 하는 편이다. 지나온 자리를 보고 후회를 하면 기운이 빠진다”라며 “내 목소리를 좋아한 지 얼마 안 됐다. 화려한 가창력을 꿈꾼 것은 아닌데 늘 스스로 아쉬웠고 만족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내 목소리를 더 잘 쓸 수 있는 노래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크다”고 했다.

서른을 넘긴 나이. 요새 부쩍 결혼 계획을 궁금해하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이상형을 물었다.

“오빠도 아직 결혼을 안했기 때문에 집에서는 오빠에게 관심이 쏠려 있어 제가 편해요.(웃음) 이상형은 같이 있으면 따뜻한 사람, 멀리 있어도 서로 믿을 수 있는 사람. 바빠서 연애하기 힘들었겠다고요? 서로 정말 좋아하면 바빠도 알아서 만나게 되던걸요. 하하.”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박효상
두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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