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작은 영화] ‘봄, 눈’ 더 늦기 전에…‘엄마, 사랑해요’

[Ki-Z 작은 영화] ‘봄, 눈’ 더 늦기 전에…‘엄마, 사랑해요’

기사승인 2012-04-21 13:01:00

[쿠키 영화] 세 번 불러 눈물나는 말은 ‘엄마’라고 한다. 생각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아련해지는 이름. 이 때문인지 ‘애자’ ‘친정엄마’ 등 엄마를 소재로 한 영화는 꾸준히 등장하고,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봄, 눈’(감독 김태균, 제작 판씨네마)은 암에 걸린 엄마가 가족과 이별하는 내용을 그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과 일면 닮았지만 김태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일은 안하고 아내가 하는 말은 잔소리로만 치부하는 남편. 결혼생활에 한창인 큰딸과 늘 투정만 부리는 철없는 둘째딸. 그리고 서울에 올라가 홀로 생활하는 순둥이 아들. 엄마 순옥(윤석화)은 가족들 뒷바라지만 해오며 평생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세상과 작별하기에는 못 해본 것들 투성이고, 표현하지 못한 말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순옥은 이 상황에서도 자신 없이 살아갈 가족들을 먼저 챙긴다. 빨래도 못하는 남편을 위해 작동법이 편리한 세탁기를 사고, 철부지 딸에게 요리를 가르친다.

이렇듯 강해 보이는 엄마지만 친정엄마 앞에서는 하염없이 어린 딸이다. 순옥을 ‘애기’라고 부르는 엄마의 엄마(김영옥). 딸을 먼저 보내는 어미의 가슴 절절함이 고스란히 담겨 코끝을 찡하게 한다.

이 작품은 윤석화의 25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암에 걸린 엄마를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삭발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연극 무대에 올랐던 탓인지 연극 투의 과장된 말투와 행동은 큰 스크린으로 보기에는 다소 어색했다.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의 매니저로, ‘역전의 여왕’에서 박시후의 비서로 등장해 발랄한 연기를 선보였던 임지규는 이번 작품에서 진지한 연기를 펼친다. 엄마를 먼저 떠나보내는 아들 영재로 분해 먹먹한 눈빛과 표정연기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착한영화라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지만, 울법한 장면에서 미리 슬픈 음악이 나와 ‘울어야 할 장면’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대사와 장면들이 삽입돼 과잉친절이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김태균 감독은 10년 전 자신을 키워줬던 엄마 같은 누나를 하늘나라로 보내며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보다 사실적인 모습을 담아냈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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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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