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 도입한 전문병원 인증제도가 일선 의료현장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병원 지정을 받지 못한 일부 전문 진료과 병원들은 인증제 도입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신청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전문병원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들도 광고이외에 큰 효과를 살리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재 난이도가 높거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9개 질환, 9개 진료과목에 99개의 전문병원이 복지부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해당 병원들은 2011년 11월을 기준으로 향후 3년간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지정을 받지 못한 의료기관은 ‘전문병원’ 명칭 사용을 사용할 수 없다.
전문병원 지정기관은 질환별로는 관절 10개, 뇌혈관 1개, 대장항문 4개, 수지접합 6개, 심장 1개, 알코올 6개, 유방 1개, 척추 17개, 화상 3개다. 진료과목별로는 산부인과 13개, 소아청소년과 2개, 신경과 1개, 신경외과 1개, 안과 8개, 외과 2개, 이비인후과 2개, 재활의학과 10개, 정형외과 4개가 선정됐다.
◇전문병원 인증제 시행 6개월 문제점은?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의 전문병원 인증제 시행 6개월이 됐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아직도 혼란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복지부가 이달 초 전문병원 비지정 의료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인터넷 허위·과장 광고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혼란이 더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병원 지정에서 병상수 기준미달로 탈락했던 A병원은 “기존에 전문이라는 단어를 쓰다가 홈페이지와 인터넷 광고는 물론, 버스, 지하철 등 환자들과의 소통 채널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을 전부 바꿨다”면서 “변경후 2주만에 환자가 15% 이상 줄었다”고 토로햇다.
문제는 신정기준 자체가 너무 엄격하다는 것이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지 못한 일부 병원들의 경우 전문병원 인증제도가 인증 신청 기준 등에 있어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B병원 관계자는 “인증 신청을 받아주는 기준 자체가 100병상 이상이 경우에만 해당된다”며 “사실 전문화를 표방하는 일선 1~2차 병원 중에 100병상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 얼마나 되며 병상이 몇 개 부족하다고 해서 인증을 받을 권리조차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인증받은 전문병원들도 불만, 해법은?
전문병원으로 지정을 받은 일선의 병원들도 제도 취지와 달리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전문병원’외에 ‘특화병원’ 또는 병원을 뺀 ‘전문’이라는 용어로 변경해 사용하는 의료기관들이 늘고 있어 사실상 전문병원 인증 효과가 크게 없다는 것이다.
전문병원 인증을 받은 C전문병원 관계자는 “전문병원 지정을 받았지만 사실상 정부 인증이라는 광고문을 내거는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전문병원 지정 제도 취지가 경쟁력 있는 중소병원을 살리고 대형병원의 쏠림 현상을 막자는 것인데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고 말했다.
실제 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전문병원’이라는 용어는 인증된 곳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관절전문 000병원’이라고 문구를 바꾸는 경우 비지정 기관도 명칭 사용이 가능하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00관절 전문병원’은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만 사용할 수 있는 상호이고, ‘관절 전문 00병원’은 관절과 관련된 모든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인증을 받은 전문병원들은 인터넷 광고, 병원 홈페이지 등에서 일부 비지정 기관이 전문병원이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어 전문병원 제도의 안정적 정착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전문병원 명칭과 관련된 모호한 규정도 문제라는 의견이다.
또 다른 D전문병원 관계자는 “복지부가 지정한 전문병원이 아닌 병원에서 너도나도 자칭 ‘전문’이라고 교묘하게 광고를 하는 바람에 차별화된 전문병원이라는 강점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복지부가 4월초 전문병원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단속 강화를 밝혔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효율성 있는 전문병원 인증제 시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병원 지정 의료기관과 비지정 의료기관 모두 인증제 효과를 높이는 대책을 마련하고, 복지부 인증제 대상 범위를 보다 넓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공통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8월 의료광고 사전심의의 범위가 온라인까지 확대되는 것과 병행해 의료소비자의 권익증진을 위해 허위과장 광고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전문병원 지정이 주기가 3년인데 최근 실력 있는 전문병원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을 감안해 주기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