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윤형] 건보공단-심평원 이권 두고 ‘줄다리기’, 국민을 위한 것?

[기자의 눈/장윤형] 건보공단-심평원 이권 두고 ‘줄다리기’, 국민을 위한 것?

기사승인 2013-02-18 15:43:00

[쿠키 건강]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 청구·심사권’을 둔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요양급여 청구 심사권을 둔 양 기관의 갈등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현행 건강보험 지출 결정체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보험자인 ‘공단’이 가입자인 ‘국민’에게 적정한 보험료를 부과하고, 의료공급자인 ‘병의원’으로 하여금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해 공단이 그 비용을 지급하는 사회보험방식의 제도다. 여기서 심평원은 약국과 병의원이 청구한 ‘건강보험료’가 적정한지를 판단하고 의료기관에 지급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요양급여 청구·심사권’ 권한을 갖고 있다. 이 심사권을 두고 양 기관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갈등의 불씨를 지핀 것은 ‘건보공단’이다. 지난 12일 건보공단은 지하철 등에 배포되는 신문에 ‘실천적 건강복지플랜’이란 전면광고를 내고 심평원의 청구·심사권 이양을 주장했다. 또 건보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보험적용 여부와 가격 결정체계 개선 필요성’을 주제로 국민토론방을 열어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건보공단은 현행 건강보험 지출 결정체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건보공단 측은 “병원 등 요양기관이 진료비를 심사기관에 직접 청구하고 공단은 통보 받은 심사 결과대로 진료비만 지급하고 있다”며 “청구·심사·지급체계를 합리화하려면 진료비 청구는 지불책임이 있는 공단에 직접 청구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제3의 심사기관을 두면 국민의 부담능력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게 돼 재정불안의 상당한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최근 심평원은 약 ‘2조1500억’의 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 거뒀다고 발표했다. 심평원 측은 “2조여원의 비용절감효과로 미뤄볼 때 전문심사 기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직접효과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며 “심평원과 공단 양 기관이 견제와 균형, 전문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필요한 만큼 두 집행기관의 발전을 조직논리로 폄하하는 것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양 기관의 심각한 갈등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에 있다. 이 두 기관의 알력 싸움으로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4조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국민건강보험료는 1.6% 인상됐다. 건강보험 가격결정 구조 개편과 국민 부담 개선은 별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단일보험체계를 두고 ‘보험자’와 ‘심사기관’이라는 두 기관을 갖고 있는 유일무이한 나라다. 정부가 지난 2000년 전국민 단일의 통합의료보험을 실시하면서 정부 아래 심평원과 건보공단을 두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본받기 위해 학계 전문가가 내한하기도 한다.

‘국민의 평생 건강을 지키는 세계최고의 건강보장기관.’ 건강보험공단이 외치고 있는 비전이다. 국민건강을 지키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특정 이해단체, 기관도 아닌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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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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