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3일 밝혔다.
뉴스타파는 2004년 7월28일 설립된 ‘블루 아도니스’라는 버진아일랜드의 등기이사와 주주로 단독 등록돼 있으며 이사회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 회사는 PKWA라는 싱가포르 소재 법률회사가 설립에 관여했으며, 실제로는 서류 뿐인 페이퍼 컴퍼니였다. 뉴스타파는 전재국씨의 이름과 시공사 주소가 등록된 블루 아도니스의 2004년 8월 13일 이사회의 이사 선임 결의서를 공개했다. 전씨의 영문 자필 서명이 있는 주식발행 증명서와 주식 청약서도 확인했다. 자본금 5만 달러짜리 회사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 발행한 주식은 1달러짜리 1장 뿐이었다. 이 회사는 최소한 2010년 상반기까지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돼 있었다.
전재국씨는 1959년생으로 출판사인 시공사 대표로 있다. 전재국씨는 블루아도니스 설립 후 이 회사 명의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계좌를 만들었다. 뉴스타파는 이 회사가 PKWA와 주고 받은 이메일을 통해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의 계좌가 전씨의 것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는 한국인 직원이 2명 있었다”며 “한국의 큰손들이 이 곳을 이용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국제탐사언론인협회를 통해 입수한 버진아일랜드의 한국인 페이퍼컴퍼니 설립자는 245명이다.
전씨의 부친인 전 전 대통령은 1995년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비자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추징금 1672억원의 환수 공소시효 만료가 오는 10월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전담팀을 꾸려 비자금을 찾고 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비자금과 직접 관련된 것인지 확인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당시 시점이 전두환 비자금을 추징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았던 시기였는데, 전씨가 급히 자금을 이체하려 했는데 계좌 개설이 되지 않아 상당히 화가 나 있다는 이메일 내용이 이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 추정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 전씨의 비자금 73억원이 둘째아들에게 흘러간 것이 밝혀졌었다.
전 전 대통령은 1988년 11월 23일 전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고 백담사로 떠났다. 당시 전씨가 밝힌 재산은 연희동 자택과 서초동 땅, 용평의 골프회원권, 금융자산 23억원 등이었다. 1996년 1월 군사반란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을 때 검찰이 밝혀낸 전씨의 비자금은 2205억원이었다. 이 때 추징된 금액은 현금 124억 등 312억원이었다. 2003년 초 전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재산이 29만원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해 10월 검찰이 전씨의 차남 전재용씨가 실소유주인 차명계좌에서 뭉칫돈 167억원을 발견했다. 재용씨는 이듬해 2월 미국에서 귀국해 이 돈이 외할아버지에게서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이 중 73억원이 전씨의 비자금 계좌에서 흘러 들어온 돈임을 밝혀냈다. 재용씨의 형이자 전씨의 장남인 전재국씨가 블로아도니스를 설립한 것이 이 때다. 비자금 수사로 궁지에 몰린 시점에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싱가포르에 계좌를 개설한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