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일부 외국계 화장품 기업들도 제품 판매자들을 상대로 ‘밀어내기’ 등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레알그룹의 약국전용 화장품 ‘비쉬’는 제품의 주요 거래처인 일부 약국의 약사들에게 반품 처리 등을 미루는 방식으로 제품 ‘밀어내기’식 영업을 해온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최근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드럭스토어에 밀려 소형업자인 약사들은 제품 판매 경쟁률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장품이 전량 판매되지 않아 약사들이 반품을 요청하는 데, 이 마저도 화장품 본사 측에서 미루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재고가 쌓이자 일부 약사들은 반품되지 않은 제품을 보며 한숨을 내뿜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배 모씨는 20일 “비쉬 측이 일부 약국 등을 상대로 제품 주문과 반품 과정에서 원활히 처리를 해주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모씨는 “지난해부터 월별 반품금액이 정해져 있다는 이유로 반품 수령을 차일피일 미뤄 재고가 쌓였다”고 말했다.
비쉬의 영업사원은 해당 약사가 반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품 결제를 미루겠다고 하자, 제품 발주를 중단하겠다며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모씨는 “비쉬와 거래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주문량이나 방식, 반품 방식에 있어서 너무 피곤하다. 갑과 을의 관계가 싫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쉬가 고객과의 판매가 이뤄지기 전에 약국을 상대로 “제품을 먼저 사두라”고 하며 구입 후에는 월별 반품 품목이 정해져있다는 이유로 반품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제품 판매가 모두 성사되지 않으면 판매자인 약사로선 미리 사뒀던 제품이 전부 재고로 남게 된다.
일부 약사들은 화장품의 반품 뿐 아니라 비쉬의 제품 판매 방식, 주문 방식, 신제품 공급 방식 등에서 약국이 감당할 수 없는 거래 방식이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쉬의 이러한 영업방식 때문에 재고를 떠안게 된 사례도 있다. 한 약사는 비쉬가 한국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거래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0년대 들어 CJ, 롯데 등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드럭스토어에 밀려 상대적 약자에 처한 약국운영자인 약사들은 화장품 판매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CJ올리브영, GS왓슨스, 롯데의 롭스(LOHB‘s) 등의 드럭스토어들은 자영업자에 해당하는 약사들의 밥그릇도 빼앗아간다는 여론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배모 약사는 “드럭스토어 확장과 더불어 약국에서의 화장품의 입지가 변화 모색의 영역으로 재정립돼 가고 있는 시기”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약사들이 비쉬라는 화장품 회사의 제품이 반품이 제대로 안돼 약국에 쌓인 재고들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드럭스토어 유통을 중요시하며 약국 거래에 점차 소홀해지는 화장품업체에 약국이 목소리를 내고 자체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일부 약사들은 비쉬와의 거래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불편부당 사례를 모아 정식으로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움직임까지 벌이고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본사-대리점간 구입 강제 등 불공정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그동안 문제된 유제품, 주류 등은 물론 화장품과 라면, 자동차 등 8개 업종의 23개 업체를 대상으로 6월 3일부터 서면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본사-대리점간 거래행태 및 유통현황 등을 파악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제품 밀어내기 관행이 만연한 화장품 업계에도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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