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11세 자폐아들과 아직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만 구만리 장천입니다. 제 스스로 제 아이가 자폐 정도가 심하다는 것, 그리고 인지 정도가 낮다는 사실에만 천착해 평생을 살아야 하는 아이의 미래에 너무 무기력했다는 반성이 제일 먼저 듭니다.”
6월 29일 토요일 오후 10시11분에 기자에게 온 문자입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간동안 이화여대 교육관 B동 153호실에서 열린 ‘자폐범주성 장애인의 성인기 진로’ 학술세미나에서 만난 한 아버지의 절규입니다.
자폐인 아들을 둔 아버지들이 많습니다. 이날 자폐인과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세상 ‘오티스타’의 이야기를 발표한 이소현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자폐인 출현율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주목할 사안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4~5배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50명이 이 세상에 태어나면 그중 1명이 자폐범주성장애라는 스펙트럼을 갖고 태어나 치료되지 않은채 생애 전반에 대한 지원을 받아야 하는 특별한 상황에 직면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 교수는 3~6세 시기에 조기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이 시기를 대책없이 방치할 경우 성인기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부처간 칸막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자폐성장애인 17명과 지적장애인 42명 및 지체장애인 1명 등 장애인 60명을 고용한 서울 성수동 소재 ㈜베어베터 이진희 사장은 장애인 고용현장에서 아직도 칸막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고용노동부의 연계고용정책을 활용해 이익이 제로가 될 때까지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면서도 “보건복지부의 지원고용제도를 활용하고 싶어도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베어베터는 고용의무사업체가 장애인표준사업장에 도급을 준 경우, 해당 사업장에서 일한 장애인을 고용의무사업체가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부담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활용한 정책결합 모델을 성공시켰습니다.
이진희 사장은 “기업은 직접 고용을 하지 않아도 되고, 발달장애인들은 자신들을 이해하는 관리자가 가이드를 해주고, 기다려주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면서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기업들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 내는 부담금으로 운영되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주제발표 이후 주최 측이의 제공한 만찬 자리에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동석한 베어베터 김정호 대표는 “정부가 발달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베어베터는 설립한지 1년만에 ‘기업이 돈쓰는 영역은 다한다’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가고 있습니다. 품질경쟁력은 기계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6억원을 투입해 후지제록스 기계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버튼은 일반인이 누르거나 장애인이 누르거나 같은 제품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연계고용 방식으로 33개 회사와 일감을 나누고 있습니다. 연계고용이 필요없는 회사를 포함하면 50개 회사가 거래처입니다.
이진희 사장은 말합니다. “배달나가라고 하면 ‘아프다’고 말하는 발달장애인에게 그럼 집에 가야지 하면 긴장을 해요.”
서두에서 이야기한 11세 자폐아들이 성인이 됐을 때 베어베터와 같은 발달장애인 중심 표준사업장이 지역사회 단위로 뻗어나가면 경기도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이 아버지도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자폐아들의 모습을 꿈꾸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혼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올해 21세인 자폐아들을 둔 기자 역시 아들의 미래를 놓고 여전히 고민을 합니다. 아직은 베어베터에서 일할만큼 홀로서기가 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이 하나있죠. 피아노를 치는 것입니다. 피아노를 칠 수 있으니 예술단에서 활동하면서 출연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해야 할 역할은 결국 아이의 장점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분투하시는 모습에 부끄러움과 동시에 많은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 말씀에 저도 희망을 갖고 더욱 분발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