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함도 노출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에프엑스의 세계

섹시함도 노출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에프엑스의 세계

기사승인 2013-07-29 16:10:01

[쿠키 연예] 그룹 에프엑스(f(x))가 29일 정식 음원을 출시하며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음원차트 상단을 전부 수록곡으로 물들이는, 일명 ‘줄세우기’와 함께 돌아온 에프엑스의 승승장구 비결은 무엇일까.

사실 에프엑스는 상당히 없는 것이 많은 그룹이다. 걸 그룹에서는 없어서 안 될 요소로 흔히 생각되는 섹시함이나 노출 등은 에프엑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남자 팬들을 주축으로 삼는 걸 그룹 팬덤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 그 흔한 솔로 활동은 찾아보기도 어려우며, 대히트를 기록한 앨범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음원 1위, 공중파 1위 타이틀은 가지고 있다지만, 언니 그룹인 소녀시대 만큼의 파급력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프엑스는 컴백 하나만도 커다란 화제가 된다. 왜일까.

에프엑스가 걸 그룹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는 독특하다. 최근의 걸 그룹 시장은 여전히 롱 런 하고 있지만 이 시장을 대변하는 것들은 대개 비슷하다. ‘씨스타’처럼 섹시하거나, ‘에이핑크’처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깜찍하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크레용팝’마냥 엽기적이거나. 그러나 에프엑스는 어떤 노선에도 걸맞지 않는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고혹적이지만 상쾌하고, 깜찍하지만 서늘하다. 독특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다. 톡톡 튀는 별사탕같은 이 매력은 기실 단시간에 완성된 것은 분명 아니다.

최근 몇 년간 SM 엔터테인먼트가 내어놓는 아티스트의 가장 큰 매력은 차차 완성되어가는 아이돌을 지켜보는 즐거움이다. 단순한 소년소녀의 성장이라는 측면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들은 일정한 ‘세계관’을 염두에 두고 차근차근 그 세계의 벽돌을 쌓아나간다.

수많은 실험 끝에 가장 완벽한 완성도를 가지고 데뷔했던 동방신기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가창력과 퍼포먼스, 그 어떤것도 떨어지지 않는 다섯 명의 남자는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성공했다. 획일화된 아이돌 시장의 한계성을 높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방신기 이후 범람하는 아이돌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성도’였다. 아이돌 개개인이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은 입증했고, 선보였다.

그러나 SM은 자신들이 그렸던 완벽한 가이드라인을 벗어났다. 동방신기를 이은 히트 주자 소녀시대는 SM의 마케팅 방식에 물음표를 던졌다. 단순히 실력이 월등한 아이돌 그룹 하나만으로는 대중에게 어필하기 힘들었다. 비싼 음반과 관련 상품을 기꺼이 소비하는 보이 그룹의 ‘안전망’에 가까운 팬덤이 없는 걸 그룹은 더욱 그렇다. ‘다시 만난 세계’ ‘키싱 유’(Kissing You) ‘베이비 베이비’(Baby Baby)등은 사랑스러웠지만 이미 자극에 익숙해졌던 대중의 관심을 끌기는 어려웠다.

이에 SM엔터테인먼트는 기획의 노선을 바꾸게 된다. 그룹에게 ‘코드’로 대변되는 일종의 ‘세계관’을 부여한 것이다. 그룹의 일원에게 각자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 캐릭터들이 함께 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그들만의 세계. 그룹 샤이니로 시도한 세계관 부여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샤이니는 ‘샤이니’라는 장르가 됐다. 샤이니는 동방신기 만큼의 히트도, 어떤 기록도 없었지만 자신들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냈고, 이것은 무책임하게 범람하는 아이돌 시장의 또다른 돌파구가 됐다. 단순히 아이돌을 소비하던 팬이 아닌, 콘셉트와 코드 자체를 소비하는 대중들이 그들의 팬층으로 무섭게 유입됐다. 이런 노선은 2009년 소녀시대가 ‘지’(Gee)를 히트시켜 국민 그룹으로 자리 잡게 되며 확고해진다. 사랑스럽기만 한 연예인이 아니라 ‘어여쁘지만 얄밉고, 귀엽지만 못난이 같은 면도 있는 친구 같은 소녀’라는 코드가 대중적인 멜로디와 만나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SM엔터테인먼트는 에프엑스에 도전했다. 보이그룹의 특성상 일정한 구매력이 있는 안전망 속에서 도전한 것과 다름이 없는 샤이니와 달리 에프엑스는 기대 반, 의심 반의 의혹의 눈초리 속에 데뷔했다. 뚜껑을 연 에프엑스의 데뷔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라차타’(La Cha Ta)는 분명 훌륭한 곡이었지만 ‘걸 그룹’하면 기대되는 요소는 단 하나도 없었다. 섹시하다고 말하기엔 앳된 멤버들, 여자답고 사랑스럽다기엔 너무나(?) 파워풀한 안무, 거기에 그 흔한 예능 출연 하나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심지어 멤버인 엠버 덕분에 혼성 그룹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미 시장에 차고 넘치는 ‘걸 그룹’에 대한 대중의 잣대는 보이그룹보다 훨씬 잔혹했다.

그러나 이미 샤이니를 통해 그런 콘셉트의 부여와 코드에 익숙해졌던 일부 팬들의 관심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소비하던 일명 ‘코어’ 팬덤은 샤이니와 소녀시대를 통해 이미 그들의 세계관을 인식하고 있었고, 이 세계관은 에프엑스가 ‘라차타’를 거쳐 ‘츄’(Chu), ‘누에삐오’(NuABO)를 이어가며 점점 견고하고 단단해졌다. 코어 팬덤의 비호 속에서 대중은 점점 에프엑스를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와 톡톡 튀는 멜로디, 섹시하지는 않지만 그 특별함으로 눈길을 끄는 ‘4차원’ 세계는 사람들에게 ‘전기충격’을 줬고, ‘핫 섬머’(Hot Summer)에 이르러, 대중은 그들의 팬이 되어 뜨거운 여름에는 검은 긴 옷을 입자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정규 2집 ‘핑크 테이프’(Pink Tape)에 대한 관심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여느 걸 그룹에게 쏟아지는 관심과는 기대의 차원이 다르다. 얼마나 섹시할까, 얼마 만에 1위를 할까가 아닌, 어떤 가사를 들고 나올까, 어떤 콘셉트로 나올까가 먼저다. 타이틀 곡 뿐만이 아닌 그녀들의 세계가 궁금하게 만든 에프엑스의 앨범은, 그래서 전곡이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섹시함도, 노출도, 대중적인 멜로디도 에프엑스에게는 없지만, 에프엑스라는 세계로 가장 단단한 무장을 했다. 데뷔 5년차, 에프엑스는 단언컨대 아직도 그 실체를 반도 드러내지 않았다. 끝없이 궁금한 에프엑스. 컴백한 지 1주차인데도 다음 앨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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