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스몰토크] 수신료 2500원, 32년 간 못올린 KBS 경영진은 무능하다

[전정희의 스몰토크] 수신료 2500원, 32년 간 못올린 KBS 경영진은 무능하다

기사승인 2013-08-06 15:17:01

[친절한 쿡기자 - 전정희의 스몰토크] KBS 경영진은 무능하다. 1981년 책정된 수신료를 32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94년 말 전기요금과 합산 징수해 징수율을 높인 것이 전부다.

그 무능의 1차 책임자는 KBS에 입사해 고위직으로 정년퇴직한 간부 출신이나, 현재의 고위 간부들이다. 그들은 사장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뛸 것이다. 그러나 KBS 사장은 임기제다.


임기제 사장들, 수신료 올리려고 이리 뛰었으나 국민의 저항과 정권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자신의 임기 기간에 수신료를 올리지 못하고 떠났을 것이다.

따라서 CEO가 제 아무리 목에 힘을 준다 한들 정년 보장된 고위직 경영진이 진정한 주인인 셈이다.

그런데 그 주인들이 32년 간 2500원의 수신료를 한 번도 인상하지 못했다? 오너가 있는 일반회사 같았으면 그 무능한 직원들 다 잘랐을 것이다.

물론 KBS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실제 오너가 정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라고 해서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함부로 할 수 없는 합의운영기관이므로 그 경영책임은 CEO와 고위 간부들이 갖는다.

32년 간 수신료 단 한 차례도 못 올린 경영진

이 얘기를 하는 건 KBS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공영방송의 기초를 지키지 못하는 무능함 때문이다. 언론학에서 규정하는 공영방송이란 무엇인가? ‘이윤추구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송’이다.

이는 곧 우리 삶의 보편적 가치와 정신문화를 잘 반영하는 기관임을 말다. 정신문화를 창달하고 계승·발전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규범’ 역할을 하면 된다.

KBS 구성원이나 고위직 임원들은 정말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하고 싶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공영방송을 빙자한 상업방송을 하는 태생적 모순이 1980년 전두환의 쿠데타로 인한 언론통폐합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안다. 그 구조적 모순이 수신료 문제로 압축되어 있다.

소위 동양방송(TBC) 등을 접수한 오늘의 KBS2 채널은 한 마디로 귀태다. 이때부터 공영방송이란 말이 무색해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사랑과 전쟁’ 류의 드라마가 KBS의 정체성인가

문제는 그 후로 32년이다. 그 귀태를 지우는 것에 누가 저항하는가? 사실 상업방송(광고채널) 부문을 떼어내고 ‘공영방송 재선언’을 하면 될 일이다. 한데 그 선언을 해야할 임직원이 광고 자본에 녹아 들어버렸다.

적은 수신료로 운영하려다보니 광고에 의존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광고주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건 언론 상식이다.

그러다 보니 공영방송에서 하지 않아도 될 불륜드라마 ‘사랑과 전쟁’ 류를 스테디셀러처럼 붙잡아 두고 우려먹는다.

경영진은 수신료 인상을 원하지 않는다?

경영진은 수신료 문제만 나오면 ‘정부의 문제’ ‘정치권의 문제’ ‘수신료 저항의 문제’를 들며 슬그머니 논의 주제를 접고 안주한다. 그렇게 32년이 흘렀다. 그리고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로서는 KBS2 TV 등의 광고비를 늘려 재원을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년퇴직까지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신의 직장’인 셈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된다.

반면 광고를 포기하고 수신료를 대폭 올리는 등의 혁신적 조치가 취해지면 당연히 기존 구도에 변화가 생기고 고위간부의 경우 자신의 자리를 위협 당한다. 위협 당하지 않더라도 골치쯤은 아프다.


KBS는 착각한다. 우리나라 언론사 중 국민이 KBS를 가장 신뢰한다는 여론조사를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 국민이 수신료를 32년이나 동결시켜? 모든 물가와 세금이 뛰는데 유독 KBS 수신료에만 저항한다?


그 신뢰란, 진정한 의미의 신뢰가 아니고 설문조사시 제시된 지문 가운데 차선으로 선택한 하나일 뿐이다.

시청자가 좌우 대립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 좌우 매체가 있는데도 KBS를 택한 건 좌고우면하지 않고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을 바라는 것이다. 그걸 KBS가 해줄 수 있다는 소망을 담은 것이다.

균형감과 윤리의식 갖춘 ‘공영방송’을 보여줘

KBS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고전’과 같은 방송이 되어야 한다. 그 ‘고전’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느리게 변화할지라도 우리 사회의 가늠자 역할을 해야 하고, 건전한 사회 구성원의 시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

정치·사회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도 균형감각과 수준 높은 윤리의식으로 공정성과 인간애를 갖춰야 한다.

KBS는 갈수록 자극적 프로그램으로 무엇이 바른 것인지조차 분별할 수 없는 방송시장 구조에서 시청률 경쟁하지 않는 ‘휴먼 방송’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영상시대를 살며 동시에 철학 부재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우리 국민에게 사색과 정돈의 시간을 줄 수 있다.

뛰고, 잡고, 흔들고, 찌르고, 소리 지르고, 폭로하고, 겁을 주고, 속이고, 때리고, 거들먹거리고는 오락적 요소가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영국의 BBC, 일본의 NHK, 호주 ABC 등과 같이 그 사회의 건전한 가치관을 보여주는데 힘써야 한다.

“수신료 더 내고 싶다”

하지만 오늘의 KBS는 산만한 케이블TV와 경쟁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같이 잘아 진다. 우뚝해야 하는데 말이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KBS 수신료 인상은 내 철학”이라고 했다는데 그 인상에 앞서 국민 공감을 먼저 이뤄야 한다. 과감히 상업방송을 포기하는 일이다. BBC나 NHK는 전체 예산중 광고 의존도가 아예 없으며, 독일과 프랑스는 각기 2%, 14% 정도라고 한다. 우리는 40%에 육박한다.

이들 나라의 수신료는 우리보다 8~10배가 많다. 그러나 국민 저항에 부딪쳤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수신료 무인상 32년. 시청자는 그 32년 간 수신료를 적게 내 돈을 벌지 않았다. 무질서한 난립 간판을 보는 듯한 채널들로 정신만 피폐해졌다. 그럼에도 믿을 건 KBS 밖에 없을 것 같다. 차선이니까.

수신료를 더 내고 싶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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