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최근 새정부가 미래창조 실현을 위한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계획을 통해 우리 제약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으로 꼽히는 ‘신약 및 신제품’ R&D(연구개발)에 필요한 정부 지원예산이 극히 낮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조헌제 신약개발조합 이사는 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2010년 기준으로 보건복지부 등 주요 3개 부처에서 지원한 신약관련 주요 연구개발사업 및 지원예산이 3173억에 불과했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고 외치지만 정작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자에는 힘을 쏟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주요 3개 부처 신약개발 지원 ‘3000억’ 불과=
최근 새정부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그간 축적된 의약품 개발 역량을 글로벌화로 집결해 제약산업이 신약·신제품 개발과 해외수출을 양 날개로 미래 핵심 성장산업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조헌제 이사는 “정부가 최근 제약산업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피부로 와닿는 정책은 없어보인다”며 “복제약(제네릭) 수출 지원에만 치중해 고부가가치가 있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신약개발 투자에는 저조한 것이 문제”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 정부에서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극히 적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0년 기준으로 보건복지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주요 3개 부처의 신약관련 주요연구개발 지원예산을 통틀어 보면 약 3173억원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0년 기준으로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446억), 면역백신개발(144억), 연구중심병원구축(180억), 임상연구인프라조성(83억) 등 신약관련 연구개발사업 및 지원예산이 약 1023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식경제부는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13억), 바이오의료기기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200억), R&D특구육성(15억) 등을 통틀어 약 589억원에 불과했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의 경우도 국제백신연구소지원(62억), 중견연구자지원(217억), 바이오신약장기사업(96억) 등을 통틀어 1561억원의 지원예산을 썼다.
아울러 낮은 예산 책정 뿐 아니라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부처 간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헌제 이사는 “과학기술 부처 간 실질적 협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부처 이익아 이난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정부사업들을 기획하고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한 이슈들을 발굴, 추진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10대 글로벌 제약사, 신약 1개당 R&D 수조원 투자= 세계 10대 글로벌 제약사들은 R&D에 높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지난 1997년부터 2011년까지 15년간 R&D 투자비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인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경우 21개 신약을 개발하는 데 약 836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품 1개당 평균 연구개발비용이 4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치다. 한화로 환산하면 의약품 1개당 약 4조4488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아울러 머크사는 670억달러를 투자해 총 16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존슨앤드존슨사의 경우도 약 880억 달러를 투자해 15개의 신약을 개발했다.
화이자는 1080억달러를 투자해 14개의 신약을 개발했다. BMS제약사는 467억달러를 투자해 11개의 품목의 약을 개발했다. 이밖에도 GSK는 817억달러 투자(10개 품목), 사노피아벤티스는 633억달러를 투자(8개 품목), 아스트라제네카 590억달러 투자(5개 품목)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이사는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지난 15년간 투자한 금액은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라며 “이는 R&D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신약개발 투자 지원에 적극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산·학·연이 총동원된 장기적 계획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결국 이러한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는 있으나 산출되는 것이 없는 곧 ‘생산성’에 문제로 직결된다”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