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터줏대감 ‘삼겹살 연기’가 사라진다?!”

“캠핑장 터줏대감 ‘삼겹살 연기’가 사라진다?!”

기사승인 2013-08-12 16:58:01

삼겹살 일색에서 소고기·생선·채소 꼬치 등 메뉴 다양해져

[쿠키 생활] #캠핑 매력에 푹 빠져 사는 이대식(42·일산 덕이동)씨는 올 여름 휴가도 가족과 함께할 캠핑 상상에 하루하루가 즐겁다. 콘도와 펜션을 선호하는 아내의 성화를 설득하며 시작된 캠핑 14년차 베테랑으로 캠핑의 즐거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야외 숯불 바비큐다. 적당한 숯불에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는 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는 캠핑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국내 캠핑인구가 몇 년 사이 100만명을 넘어섰고 전국 주요 관광지에 속속 생겨난 오토캠핑장만도 400여 곳을 육박하고 있다. 이렇게 캠핑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여름 한철이던 캠핑시즌이 4계절 캠핑으로 진화하고, 캠핑용품 역시 대중화에서 고급화 추세로 급변하고 있다. 텐트중심의 캠핑에서 구색을 갖춘 용품중심의 캠핑으로, 간소한 캠핑에서 완벽한 캠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캠핑문화의 변화와 함께 캠핑장 바비큐 문화에도 변화의 기류가 뚜렷하다. 오토캠핑장의 해질 무렵 진동하던 삼겹살 굽는 냄새와 자욱한 연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오토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근(46)씨는 “몇 년 전 저녁시간이면 삼겹살 굽는 연기로 일대가 자욱했는데, 최근에는 바비큐 메뉴가 정말 다양해졌다. 그 중에서 역시 소고기를 구워먹는 분들이 가장 많이 늘어났고, 생선과 채소 꼬치에 이르기까지 잡지나 광고에서 봐왔던 낭만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에는 바비큐 장비의 고급화도 일조하고 있다. 숯불에 석쇠를 올리고 고기를 구워 먹던 것에서 다양한 야외용 바비큐 그릴과 꼬치창 등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과거에는 캠핑을 가려면 캠핑장비보다 먹거리 준비가 더 큰일로 집 부근 대형마트에서 모든 것을 구매해 갔던 것에서 최근에는 현지에서 신선한 지역 로컬 축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축산물 전문매장이 늘면서 먹거리 구매성향도 현지조달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천호동에서 살고 있는 이혜진(37)는 “요즘은 캠핑장비가 고급이라서 캠핑용품 만으로도 자동차 트렁크가 꽉 차기 때문에 먹거리를 실을 공간이 부족하고, 현지에 직거래방식의 농축산물매장이 늘어나 먹거리는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삼겹살이 싸고 좋기는 한데 숯불에 구우면 기름이 자꾸 떨어져 치솟는 불길 때문에 고기를 다 태워버리거나 연기 그을음에 냄새도 심해 요즘은 소고기를 많이 구워 먹는다”며 “인근에서 바로 구입한 소고기는 신선해 적당히 구우면 덜 익어도 바로 먹을 수 있고 기름이 떨어지지 않아 불과 연기도 일지 않는데다 무엇보다 숯불에 구워먹는 소고기 맛이 너무 좋다”고 삼겹살에서 소고기로 바꾸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에는 연인 간 데이트를 즐기는 텐트 마니아도 늘어나면서 낭만적인 바비큐 문화도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바비큐 낭만에 필수적인 것이 꼬치다. 먹기 쉽고 우아하게 즐길 수 있으며 무엇이든 꼽기만 하고 돌리면 구워먹는 재미가 또 다른 매력을 더해준다. 감자에 소시지를 더하고 각종 채소와 어묵까지 더한 종합 꼬치구이에 소주대신 와인으로 입가심하며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 있는 음악까지 더하면 둘만의 낭만 캠핑의 묘미가 무르익어 진다.

또한 캠핑장에 와인이 등장하면서 생겨난 것이 생선 구이다. 화이트 와인과 곁들이는 생선구이 맛 또한 일품이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생선구이를 빼놓지 않고 챙긴다.

캠핑장 바비큐 문화 중 가장 큰 변화는 삼겹살을 대신한 자리에 등장한 소고기 등심과 안심이다. 실제 직거래 방식을 통해 질 좋은 한우를 저렴하게 팔고 있는 영월 다하누촌 이창관 이사는 “인근 영월 주천강과 법흥계곡 일대에 오토캠핑장이 늘어나면서 포장 판매를 요구하는 캠핑장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며 “인근 식당에서 먹기 위해 구매하던 예년에 비해 최근에는 포장판매 비율이 30% 이상은 증가해 캠핑객들의 소고기 선호 성향을 실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영월 다하누촌에서는 매장을 방문하는 캠핑 고객이 늘면서 8월말까지 매일 선착순 100명에게 다하누의 인기 상품인 한우 등심을 100g당 2850원에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영월 레프팅 이용권 및 평창, 원주, 영월 캠핑장의 예약증 또는 영수증을 매장에 제시하면 구매 금액의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월 주천 힐링 계곡 명소인 얼음골 황둔계곡과 엄둔계곡 이용객 중 15만원 이상 구매고객에 한해 물놀이 필수품인 튜브를, 2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는 구명조끼도 증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은 보는 것, 즐기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게 꼽는 것이 먹을 것이다. 삼겹살이든 소고기든 캠핑장에 구워먹는 바비큐 맛이 무엇이 더하고 덜한 것은 없겠지만, 삼겹살의 추억과 함께 소고기를 선호하는 성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캠핑 인구의 증가와 함께 다양해지는 바비큐 문화의 변화가 삼겹살 바비큐 공식을 흔들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박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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