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박-1973vs2013] 내란 정국에 인권이란 없다

[박&박-1973vs2013] 내란 정국에 인권이란 없다

기사승인 2013-09-04 09:15:01

[박&박 - 1973 vs 2013] 9월4일

1.

인권이란 말이 무색한 시대였다. 73년 8월 25일 서울 ‘구로공단 카빈총 강도사건’이 발생하자 김현옥 내무부장관이 9월3일 특별지시를 내려 특별호구조사를 명령했다.

이 바람에 범인 몽타주와 비슷한 얼굴의 시민이 무더기 연행됐다. 한밤중에 영장도 없이 이뤄진 일이었다. 서울에서 440여명, 부산에서 1000여명이 단지 용의자 몽타주와 닮았다는 이유에서 연행됐다. 잠옷 바람으로 잡혀온 사람도 숱했다.

이 특별호구 조사에는 경찰만이 아니라 읍면동 공무원, 예비군, 방법대원, 산림계 직원까지 동원됐다. 김현옥 장관은 “국가안녕을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 하는 것은 관계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용서할 수 없는 인권 유린”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73년 9월4일자 동아일 사회면이다.

2.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태로 나라가 시끄럽다. 사단법인 이북도민회중앙회연합회 등은 ‘대한민국을 전복 시키려는 이석기와 그 잔당들을 엄벌하라’ 규탄 성명을 냈다. 네티즌 댓글에는 ‘친북, 종북세력에게 무슨 인권이냐’는 격한 반응도 쏟아졌다. 이석기 의원은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다.

신문과 방송도 연일 사설과 논평 등을 통해 국가 안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정부가 신속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 ‘국가안녕’을 해치는 자가 나타나면 국민의 인권이 축소된다. 다행이 40년 전처럼 무지막지하게 연행하는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미디어 등에 의해 형성된 무거운 분위기는 ‘말조심해야 된다’라는 무의식이 국민 머리 속에 자리 잡게 만든다. ‘내란’은 총기 강도보다 더한 국가 안녕의 문제이기 때문에 인권을 논하는 것 자체가 사치에 해당하는 듯 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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