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일본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것에 대해 모든 일본 국민이 기뻐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일본에서 대중적인 인문서 저술가로 유명한 우치다 타츠루(內田樹·63)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는 시사주간지 아에라(AERA) 최근호 칼럼에서 “원전 사고를 잊고 천한 말투로 이웃을 매도하는 사람들이 정치의 요직에 있다”며 “이 나라에 올림픽 유치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우치다 교수는 “일본의 급선무는 올림픽 경기장을 짓는 게 아니라 원전 사고 처리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동아시아 인접국들과의 우호적인 외교 관계 확립”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 정부와 언론이 올림픽 개최의 경제적 파급효과에만 관심을 갖는 것에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올림픽은 개최국의 풍요와 정치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최 국민의 문화적 성숙도를 나타내는 기회이며, 올림픽의 본질은 환대(歡待)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지금 일본에선 ‘국경을 넘은 상호 이해와 연대’나 ‘전통문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외국 손님들에게 어떻게 전할까’하는 문제는 한가로운 주제일 뿐”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지난 6일 저녁 도쿄 총리 관저와 국회 앞에선 원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한 중년 남성은 “이대로 두면 일본도 세계도 방사능으로 오염되고 만다”며 “올림픽 유치로 버는 돈은 모두 원전 사고 수습에 사용하라”고 외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