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박정희 투데이] 월맹 괴수 호찌민에 헌화? 있을 수 없는 일

[박근혜&박정희 투데이] 월맹 괴수 호찌민에 헌화? 있을 수 없는 일

기사승인 2013-09-10 10:12:01

[박근혜&박정희 투데이] 9월10일 - 장병 위한 손수건 선물과 호찌민 헌화

1.

‘일선장병·경찰관·예비군에 추석선물 보내기’

이런 시절이 있었다. 1973년 9월10일자 경향신문 1면에 이와 같은 모금 캠페인 행사가 눈길을 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자면 일선장병에게 선물 보내는 것은 그런대로 이해가 가나 경찰관, 예비군에까지 선물을 보내다니…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 같다.

2.

40년 전 군은 엘리트 집단이었다. 제3세계 개발도상국 국가의 특징은 군 간부 집단이 그 나라의 정치 주도 세력이었다. 그 세력 대개는 부패한 집단이어서 쿠데타의 악순환이 반복되지만 그래도 가장 선진화된 조직이었다.

3.

박정희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쿠데타로 집권했고, 미국 육사에 젊은 군인들을 보내 연수를 시켰다. 그리고 영관급 이상은 속속 군복을 벗고 정계 관계 재계를 장악해 들어갔다. 육사 해사 공사 등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신분 보장해 주는 통에 입학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대와 육사 둘을 놓고 육사로 가는 이들이 많았다.

4.

반면 일반병은 사지로 떠나는 신세였다. 지금처럼 군에 인권이란 용어가 가당치도 않은 시절이라 사고 없이 제대하면 ‘천지신령님이 보호하사’ 하던 시절이었다. 자식 군에 보낸 어머니들은 속이 새카맣게 탔다. 기합, 추위, 굶주림은 기본이었다.

5.

이런 군인에게 초중고생은 위문편지를 의무적으로 보냈다. 숙제 검사를 했기 때문이다. 학생이 보내는 위문편지와 털장갑 등의 선물은 그들을 울렸다. 군복무 3년은 너무나 길었다.

6.

40년 전 추석선물을 보낸 이는 이효상(공화당 의장서리) 유진산(신민당 총재) 길전식(공화당 사무총장) 김영삼(신민당 부총재) 민관식(문교부장관) 임철순(중앙대 총장) 서울 동원고등공민학교 학생일동 등이다. 이효상과 유진산은 금일봉, 길전식 김영삼 등은 1만원, 임철순은 3만원을 냈다.


동원고등공민학교 학생들은 손수건 150장을 보냈다. 고등공민학교는 정규 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가난한 청소년의 비정규 배움터였다. 낮에 피복공장 등에서 미싱을 돌리고 밤에 공부하는 주경야독 학생들이었다. 그들이 손수건 150장을 모았다. 눈물겹다. 그들이 요즘 50~60대가 됐을 것이다.

7.

요즘 군과 군인은 추석이 다가와도 이 시절처럼 사회의 온정을 받지 못한다. 먹고 살기 좋아지기도 했고, 부대 내 인권 확립 등으로 사회적 감시가 철저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천안함 피격사건’ 등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논란 요소는 국민의 전폭적 신뢰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 일반 장병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정치군인 계보는 계속된다.

8.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9일 정권 수립 65주년 기념 노농적위군 열병식에 참석한 사진이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그들의 침략에 대비한 군장병의 경계에 빈틈을 보여선 안된다.

9.

박근혜 대통령은 9일 아버지 시대 ‘베트콩 괴수’ 호찌민 전 월맹 주석 묘소를 찾아 헌화했다.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는 리본이 달린 헌화였다. 역사는 늘 이렇게 모순을 안고 돌아간다.

10.

40년 전 달 보며 경계근무를 서던 군인과 지금의 군인은 똑 같다. 그들은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목이 멘다. 분단국가에 태어난 청춘임에 어쩌랴.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전정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