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가을철 환절기가 다가옴에 따라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비염은 감기증상과 유사해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이 질환은 자신의 증상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이동창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소아비염에 대해 파헤쳐 본다.
◇어린이 코 질환 중 가장 흔한 만성질환, 비염=
흔하게 접하는 코 질환으로 비강의 염증성 비염, 알레르기성 비염, 축농증이라 부르는 부비동염 등이 있다. 이 중 아이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비염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을 꼽을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소아에서 아토피의 유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최근 30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감기와 알레르기 비염을 증상만 가지고 구별하기는 쉽지 않아 정확한 진찰과 검사가 필요하다.
증상으로 코막힘, 맑은 콧물, 재채기, 눈이나 코의 가려움 등의 전형적인 증상 외에 구강호흡, 코골이, 비음, 집중력 장애, 활동성 저하 등이 있을 수 있다. 또 만성 코 충혈로 인한 알레르기 빛, 보통 말하는 눈 밑의 다크서클이 생길 수 있고, 코 가려움증과 코막힘을 해소하기 위해서 콧구멍을 위로 미는 알레르기 경례, 코를 계속 문질러서 생기는 콧등의 알레르기 주름과 장기간의 구강호흡으로 인한 아데노이드 얼굴을 관찰할 수 있다.
◇부모의 과거력, 비염 발생 증가시켜=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일 년 내내 증상을 일으키는 집먼지 진드기, 고양이나 개와 같은 동물 항원, 바퀴벌레, 곰팡이 등이 있으며 계절적으로 증상을 일으키는 꽃가루 등이 있다. 또 지구 온난화와 대기 오염, 새집 증후군이나 황사 등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임신 중에 흡연을 하거나 생후 1년 미만에 흡연에 노출되는 경우, 부모의 알레르기 과거력이 있는 경우에는 소아에게 알레르기 비염이 생길 확률이 증가한다.
◇방치하면 천식으로 진행될 수도=
소아들의 경우에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경우에는 알레르기 천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고, 기존에 천식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에는 천식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삼출성 중이염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비염에 의한 코막힘은 코골이와 같은 수면장애를 가져와 소아의 성장문제나 집중력 장애, 학업능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고 우울증, 불안증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따라서 어릴 때 아토피 피부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아이, 알레르기 질환에 대해 가족력이 있는 아이가 코감기인 경우 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보통 비염은 2주 이상 진행되는 편이기 때문에 감기가 오래 지속돼도 비염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자칫 아데노이드 비대증과 혼동될 수도=
아이가 오랫동안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거나, 코골이를 하게 되면 아데노이드 비대증을 의심해볼 수도 있다. 아데노이드는 편도선의 일종으로 코와 목 사이에 위치해 호흡기의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입을 크게 벌리면 마치 종유석처럼 늘어진 목젖 위에 있어서 일반적으로는 관찰하기 힘들다.
보통 아데노이드는 태어나면서 면역기능이 증가함에 따라서 5세~10세까지 커지다가 사춘기 이후에 매우 작아지거나 아예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급성 세균감염의 반복, 비강 또는 부비동의 만성염증 등으로 아데노이드에 염증이 생기고 부어오르게 되면 코로 숨을 쉴 수 있게 연결해 주는 ‘비인강’이란 통로가 좁아져 코로 숨을 쉬기 힘들어지게 되고 콧물까지 배출이 잘 안돼 코막힘도 점점 더 심해지게 된다.
비정상적으로 커진 아데노이드라고 판단이 되면 이를 제거하는 수술적 방법이 확실한 치료법이다. 보통 수술 시기는 만 4세에서 초등학교에 취학하기 전까지 하는 것이 좋다. 어릴 적에 치료를 받으면 성인에 비해 통증도 적고 회복도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수술은 전신마취를 한 후에 구강을 통해 아데노이드 조직을 제거하며 보통 수술 시간은 1시간 정도이며 대부분의 경우 입원해야 한다.
◇최근 몸의 면역력 갖게 하는 설하면역요법 개발돼 사용= 소아비염의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알레르기 항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협조가 되는 소아의 경우에는 코내시경을 통해서 코 속에 맑은 콧물이나 하비갑개의 비대 소견을 확인하고 혈액 검사를 통해서 항원 특이 면역글로불린 E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또 소아에서 시행이 가능한 경우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등이나 팔에 피부 반응검사를 시행한다. 증상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항원을 찾게 되면 각각의 항원에 따른 회피 요법을 하는 것이 소아에서는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소아 본인이 할 수 있거나 보호자가 해 줄 수 있는 경우에는 생리 식염수를 이용한 코 세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환자의 증상에 따라서 항히스타민제나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와 같은 경구용 약물을 처방하거나 비강 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제제를 쓸 수 있다.
최근에는 알레르기 인자를 혀 밑에 떨어뜨려서 몸이 면역력을 갖게 하는 설하면역요법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이 요법은 근본적으로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해서 알레르기성 천식으로 발전될 위험성을 감소시키고, 비염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이동창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아비염은 한때 지나가는 소나기 정도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이다”며 “내 아이가 비염 초기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감기라고 넘어가기 보다는 현명하게 대처해 발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아이의 건강을 지켜주는 첫 걸음이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